2008.10.18.흙날. 맑음

조회 수 1244 추천 수 0 2008.10.28 12:34:00

2008.10.18.흙날. 맑음


하늘 높습니다.
추수를 돕는 하늘 마음입니다.
콤바인이 오고
이웃 인술이 아저씨도 경운기 끌고 오셨습니다.
우리 닷 마지기에 아저씨네 서 마지기 타작을 할 참이지요.
콤바인에는 두 사람이 붙었습니다.
콤바인을 따라 온 아버님과 아드님이십니다.
아들이 기계 위에 서서 한바퀴 돌고 오면
아버지는 자루를 바꿔 끼워주십니다.
소사아저씨는 기계를 따라다니며 눕혀진 가장자리 벼를 일으켜 세우고
아이랑 인술이 아저씨는 나락 가마니를 들어 경운기에 올리고
다른 두 식구는 물빠짐이 나쁜 맨 아랫다랑이 벼를 베고 있었지요.
마침 기락샘도 점심 버스로 들어왔습니다.
추수밥을 내고 모두 둘러앉아 먹었지요.
날 참말 좋습니다.

길가에 나락을 넙니다.
그래도 이 집이 끝나면 저 집이 하고
저 집이 끝나면 다음 집이 하니
용케 길가에는 딱 고만치는 늘 나락을 널 수 있습니다.
이번참은 인술이 아저씨네와 물꼬 나락이 또 나란히 널리네요.
그걸 광으로 옮겨 넣을 녘이면 정옥이 아저씨네가 추수를 한다던가요.
예년에 견주어 훨씬 미치지 못하는 벼수확입니다.
그래도 한 해 먹을 만치는 되겠습니다,
상품으로 낼려면 어림없지만.
작년에는 재작년에 남긴 묵은쌀이 이어져
제법 팔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묵은쌀도 바닥이 났으니
당장 햅쌀로 시작해서 다음 농사철까지 가겠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늘 그러하듯
참으로 고마울 일입니다.
우리 손으로 벼를 거두어먹다니요.
안에 온전하게 붙어서 농사를 맡은 이가 없는데도
농사가 되다니요.
다 하늘 도움이고,
그리고 오가는 품앗이들 손발 덕이겠습니다.
다 다 고맙습니다.
오실라치면 가난한 밥상이나마 정성껏 차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77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419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428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82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427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77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91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97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7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4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71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6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61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69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90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74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88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72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89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7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