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08.10.28 12:34:00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토란대를 자릅니다.
하다랑 기락샘이 오늘 맡은 일이었습니다.
껍질을 바로 벗기자면 쉽잖을 것이니
며칠 널었다가 벗겨야겠습니다.
누구는 데친 뒤에 벗기라고도 하고
바로 벗기라고도 하던데,
우리는 또 우리식으로 해보는 거지요.
지고추거리를 촛물에서 건져 간장으로 옮깁니다.
끓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보지요.
식초 설탕 술을 섞습니다.
작년에 유리병에 조금 실험해봤는데,
맛이 그만이었지요.
전주의 목수샘 어머니가 알려주신 것입니다.
올해는 항아리 가득합니다.
고춧잎도 땄습니다.
데쳐서 꼭 짜둡니다.
말리면 겨울날 또 좋은 반찬거리다마다요.

종대샘과 류옥하다 선수는 또 티격태격입니다.
언제는 그게 시끄러워죽겠다가
또 언제는 참 재밌다고 쳐다봅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요?
뭔가로 입씨름이 한참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냐?”
“거짓말이라뇨, 농담이죠.”
“아유, 입만 살아서...”
“힘으로 어찌 안 되니 말로라도 해야죠.”
“저 저 봐라...”
“힘 기르면 거짓말 안할 게요.”
늘 약 올라라하더니
이제 아이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종대샘은 잽이 안된다.”
곁에서 어른들이 그랬지요.
모여 사는 자잘한 재미를 만들어주는 두 사람이랍니다.

얼마 안 되는 깨도 털었습니다.
한 됫박은 먹고
다른 됫박은 내년 종자 해야 쓰겄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올해는 깻잎을 하나도 못땄습니다.
지천이었는데,
그걸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한해 내내 얼마나 좋은 밑반찬인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매실효소를 숙성시킨 뒤
그걸 장아찌로 고추장에 박지도 못했습니다.
건져놓은 소쿠리를 일 돕는다고 거름장에다 갖다 분 겁니다.
말 못하지요, 그게 누군지는.
아이고, 그렇게 밑반찬 또 하나 버렸습니다.
그렇게 놓치고, 잊고, 서툰 속에 날이 갑니다요.

산골의 날들이 갑니다.
우리 삶이 흘러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77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62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37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98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83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14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05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15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65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49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20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92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69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91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53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79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44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41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68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2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