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조회 수 1295 추천 수 0 2008.10.28 12:34:00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토란대를 자릅니다.
하다랑 기락샘이 오늘 맡은 일이었습니다.
껍질을 바로 벗기자면 쉽잖을 것이니
며칠 널었다가 벗겨야겠습니다.
누구는 데친 뒤에 벗기라고도 하고
바로 벗기라고도 하던데,
우리는 또 우리식으로 해보는 거지요.
지고추거리를 촛물에서 건져 간장으로 옮깁니다.
끓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보지요.
식초 설탕 술을 섞습니다.
작년에 유리병에 조금 실험해봤는데,
맛이 그만이었지요.
전주의 목수샘 어머니가 알려주신 것입니다.
올해는 항아리 가득합니다.
고춧잎도 땄습니다.
데쳐서 꼭 짜둡니다.
말리면 겨울날 또 좋은 반찬거리다마다요.

종대샘과 류옥하다 선수는 또 티격태격입니다.
언제는 그게 시끄러워죽겠다가
또 언제는 참 재밌다고 쳐다봅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요?
뭔가로 입씨름이 한참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냐?”
“거짓말이라뇨, 농담이죠.”
“아유, 입만 살아서...”
“힘으로 어찌 안 되니 말로라도 해야죠.”
“저 저 봐라...”
“힘 기르면 거짓말 안할 게요.”
늘 약 올라라하더니
이제 아이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종대샘은 잽이 안된다.”
곁에서 어른들이 그랬지요.
모여 사는 자잘한 재미를 만들어주는 두 사람이랍니다.

얼마 안 되는 깨도 털었습니다.
한 됫박은 먹고
다른 됫박은 내년 종자 해야 쓰겄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올해는 깻잎을 하나도 못땄습니다.
지천이었는데,
그걸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한해 내내 얼마나 좋은 밑반찬인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매실효소를 숙성시킨 뒤
그걸 장아찌로 고추장에 박지도 못했습니다.
건져놓은 소쿠리를 일 돕는다고 거름장에다 갖다 분 겁니다.
말 못하지요, 그게 누군지는.
아이고, 그렇게 밑반찬 또 하나 버렸습니다.
그렇게 놓치고, 잊고, 서툰 속에 날이 갑니다요.

산골의 날들이 갑니다.
우리 삶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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