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조회 수 1303 추천 수 0 2008.10.28 12:34:00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토란대를 자릅니다.
하다랑 기락샘이 오늘 맡은 일이었습니다.
껍질을 바로 벗기자면 쉽잖을 것이니
며칠 널었다가 벗겨야겠습니다.
누구는 데친 뒤에 벗기라고도 하고
바로 벗기라고도 하던데,
우리는 또 우리식으로 해보는 거지요.
지고추거리를 촛물에서 건져 간장으로 옮깁니다.
끓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보지요.
식초 설탕 술을 섞습니다.
작년에 유리병에 조금 실험해봤는데,
맛이 그만이었지요.
전주의 목수샘 어머니가 알려주신 것입니다.
올해는 항아리 가득합니다.
고춧잎도 땄습니다.
데쳐서 꼭 짜둡니다.
말리면 겨울날 또 좋은 반찬거리다마다요.

종대샘과 류옥하다 선수는 또 티격태격입니다.
언제는 그게 시끄러워죽겠다가
또 언제는 참 재밌다고 쳐다봅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요?
뭔가로 입씨름이 한참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냐?”
“거짓말이라뇨, 농담이죠.”
“아유, 입만 살아서...”
“힘으로 어찌 안 되니 말로라도 해야죠.”
“저 저 봐라...”
“힘 기르면 거짓말 안할 게요.”
늘 약 올라라하더니
이제 아이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종대샘은 잽이 안된다.”
곁에서 어른들이 그랬지요.
모여 사는 자잘한 재미를 만들어주는 두 사람이랍니다.

얼마 안 되는 깨도 털었습니다.
한 됫박은 먹고
다른 됫박은 내년 종자 해야 쓰겄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올해는 깻잎을 하나도 못땄습니다.
지천이었는데,
그걸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한해 내내 얼마나 좋은 밑반찬인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매실효소를 숙성시킨 뒤
그걸 장아찌로 고추장에 박지도 못했습니다.
건져놓은 소쿠리를 일 돕는다고 거름장에다 갖다 분 겁니다.
말 못하지요, 그게 누군지는.
아이고, 그렇게 밑반찬 또 하나 버렸습니다.
그렇게 놓치고, 잊고, 서툰 속에 날이 갑니다요.

산골의 날들이 갑니다.
우리 삶이 흘러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934 2019 연어의 날 닫는 날; 흐드러진 꽃, 2019. 6.23.해날. 맑음 옥영경 2019-08-12 804
4933 2019 연어의 날 여는 날; 꽃봉오리, 2019. 6.22.흙날. 맑음 옥영경 2019-08-12 968
4932 2019. 6.21.쇠날. 맑음 /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그 일당 가객 승엽샘과 미친꽃 초설 옥영경 2019-08-12 722
4931 2019. 6.20.나무날. 좀 흐린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출간 옥영경 2019-08-07 649
4930 2019. 6.19.물날. 는개비로 시작한 아침, 그리고 갠 옥영경 2019-08-07 539
4929 2019. 6.18.불날. 아주 가끔 무거운 구름 지나는 옥영경 2019-08-07 604
4928 2019. 6.17.달날. 아주 잠깐 하늘 그늘 옥영경 2019-08-07 574
4927 2019. 6.16.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19-08-07 576
4926 2019. 6.15.흙날. 저녁 7시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19-08-06 574
4925 2019. 6.14.쇠날. 낮은 하늘, 달무리 졌다 갠 밤 옥영경 2019-08-06 579
4924 2019. 6.13.나무날. 맑음 / 창고동 외벽 페인트 2 옥영경 2019-08-06 613
4923 2019. 6.12.물날. 잠깐 가려진 해 / 창고동 외벽 페인트 1 옥영경 2019-08-06 720
4922 2019. 6.11.불날. 잠시 가려진 해 / 목숨 가진 것들이 주는 옥영경 2019-08-05 778
4921 2019. 6.10.달날. 밤비 아침에 개고 가끔 구름 / 돌을 쌓다 옥영경 2019-08-05 615
4920 2019. 6. 9.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9-08-05 518
4919 2019. 6. 8.흙날. 구름 조금 / 보은 취회 옥영경 2019-08-04 602
4918 2019. 6. 7.쇠날. 종일 비 / 그의 편지를 읽다 옥영경 2019-08-04 634
4917 2019. 6. 6.나무날. 저녁, 비가 시작는다 옥영경 2019-08-04 604
4916 2019. 6. 5.물날. 맑음 옥영경 2019-08-03 579
4915 2019. 6. 4.불날. 맑음 / 광나무 한 차 옥영경 2019-08-03 77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