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1.불날. 아침 안개 걷히고 맑다

조회 수 1311 추천 수 0 2008.10.28 12:35:00

2008.10.21.불날. 아침 안개 걷히고 맑다


안개가 잦은 요즘입니다.
아침마다 둥둥 떠다니지요.
세상 모든 존재들이 섬이 되는 순간입니다.

버섯이 햇살에 잘 말랐습니다.
가을볕은 가을볕이구나 싶데요.
이웃 어른들이며 두루 어른들께 나누어드립니다.
고춧잎도 이틀 말렸습니다.
바짝 말려 그물망에 넣어 처마에 매달아두면 좋을 것이나
낼은 꾸물럭거린다 하기 밀봉하여 냉동실에 넣습니다.
벼도 곳간으로 쟁입니다.
이제 김장만 하면 되나요?
농사라면 마늘 심을 일만 남은 건가요.
작년에는 마늘도 심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다른 유기농가에서 나누어주셨지만
김장까지 하기엔 무리였지요.).
안에 손이 더 있었는데도
그리 지나가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요.
올해는 무배추도 늦긴 하나 잘 챙겼고
마늘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11월 말쯤 놓으려지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아이를 지켜내는 일 말입니다,
미래를 담보로 우리를 불안케하며 굴러가는 세상에서
우리 삶의 안전을 위해서도.
가끔 세상 구경을 나가면서
아이가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듣는 얘기가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차츰 불안을 드러내지요,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식의.
아,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아이랑 정녕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잘 짚어보는 계기가 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영화 한 편, 만다 구니토시 감독의 .
모리구치 요우코와 나카무라 토오루가 주연이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딴 제목이었다나요.

“...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자기가 자신인 게 왜 부끄러운 거지?
사람들이 선망하는 삶 아무래도 좋잖아.
자기답게 있을 수 있는 게 중요한 거다.
다른 게 손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그것만큼은 버려선 안 되잖아.”
“내 기분을 안다면 좀 격려해주고 그래야 하는 게 아냐?
간혹 지는 척하고 맞춰줘야 하는 거 아냐?
연인이란 게 그런 거 아냐?”
“그런 건 싫어. 잘못된 거야.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 왜 그런 걸 정하려 하지?
사고방식이 다른 건 당연한 거잖아.
그래서 싸우기도 하는 거고.
상대에게 맞춰서 말하고 싶은 걸 말 못하거나
진짜는 무슨 생각을 하나 고민하는 것보다
생각대로 얘기하는 게 훨씬 낫잖아.
아니라면 같이 있을 의미가 없잖아.”

그와 함께라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을 수 있기에
잘 나가는 벤츠사업가 가츠노를 떠나 택배회사 계약사원 시모카와와 처음 자던 날
미츠코는 눈물을 흘립니다.
세상 흐름, 그 세계로 편입하라고 우리를 끊임없이 종용하는 세상 앞에서
그런 여성을 만나 저는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한 때 시모카와는 흔들리며
가츠노를 찾아가 그 세계로 편입하기 위해 책을 얻어 오지요.
비루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넘어야할 자본주의, 혹은 세계화의 산 아닐는지요.
다행히도 시모카와는 맑게 개는 하늘처럼, 새벽을 밀고 나오는 해처럼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을, 그리고 사랑을 선택하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살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자신 있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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