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6.해날. 맑음

조회 수 1210 추천 수 0 2008.11.04 07:25:00

2008.10.26.해날. 맑음


이른 아침부터 이웃에서 소금이 오고
무가 들어왔습니다.
집집이 소금을 들이는 철이니
없을 때 빌려 쓴 것을 갚기도 하고
그게 또 많이 주었다고 되돌아오기도 하고,
이 집 무가 늦던데 우리 무는 뽑을 때가 됐다며
있을 때 나눈다고 실려 오기도 합니다.
할머니들과 이웃해서 사는 즐거운 풍경이랍니다.

어제 오전,
태석샘과 하다가 남아있던 고추를 다 땄습니다.
청고추는 청고추대로 어슷 썰고, 홍고추는 홍고추대로 썰어
냉동실에 넣습니다,
찌개며에 그대로 넣어먹을 수 있도록.
겨울을 날 준비를 가을 내내 한다 싶네요.
입동 전에 고춧잎도 한 차례 더 딸 수 있을 겝니다.
그건 데쳐 말리기보다
소금물에 삭혀 장아찌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경희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어제 들어와
하룻밤을 묵었지요.
오늘은 나무를 하러 가기로도 했다가
논에 널린 짚을 묶기로도 했다가
다시 감을 딴다고도 했다가는
사람이 모였을 적 해치울 일을 하기로 결정 났습니다.
퍼져있는 흙더미를 한 곳으로 모으고
널려있는 벽돌이며 블록을 뒤란으로 보내기로 하였지요.
한사람은 부엌 곳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을 맡기도 하였네요.
아, 난로를 설치하는 식구들한테
한 사람이 붙어주기도 했더랬습니다
(아, 드디어 난로가 놓입니다요!).
그 사이 사이는 가는 이곳의 시간이 아쉬워라며
마당에 모여 공을 차기도 하였답니다.

구미에서 최근에 논두렁이 되신 정병옥님 가족이 오셨습니다.
마침 학교를 갓 들어간 아이 이야기가 주 화제였지요.
뭐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늘 많은 경우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 꼴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문제이기 마련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걸’ 못 견디는 거지요.
이네는 이곳을 찾아오는 여느 가정들처럼
귀농, 혹은 대안학교, 또는 공동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버리는 게 쉽지 않네요.”
“쉽지 않습니다. 누군들 쉬울까요?
저 역시 제 삶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버리려면 어렵지 않겠느냐, 누군들 버리기가 쉬운 일일 수 있겠는가,
‘버림’에 집중할 게 아니라 ‘얻음’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삶을 찾는 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길을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지요...

서두른 점심 밥상을 받고 사람들이 가고
태석샘은 소사아저씨와 본관 뒤쪽 창문을 비닐막이 해놓고
해 기울어서야 갔습니다.
고마운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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