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30.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63 추천 수 0 2008.11.04 07:27:00

2008.10.30.나무날. 맑음


“엄마, 도로도 그렇게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센서를 달아 1도 내려갈 때 붉은 색, 1도 내려갈 땐 초록색, ...”
무슨 말인가 하면,
가을은(뭐 정확하게는 낙엽이 물드는 것은, 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5도로 떨어지면서부터 물이 들기 시작한다데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40m씩 산꼭대기에서부터 내려와
남쪽으로 하루 25km를 달린다던가요.
지나치는 그 말을 들은 아이,
곧 자기 상상으로 치환하고 있었지요.

아이는 성큼 성큼 자랍니다,
우리가 아는 사이에도 모르는 사이에도.
어떤 영역이 마치 어른들 세계의 화제이기만인 줄 알지만
많은 경우 아이들의 세계에도 고스란히 들어있지요.
죽음이 그 한 예이겠습니다.
오늘 아이랑(순전히 가을이어서?) 떨어지는 낙엽과
그리고 죽음이 주제로 올랐지요.
만만한 게 영화나 책입니다.
참 훌륭한 이 학교의 텍스트라니까요.
.
사신은 죽음을 앞둔(당사자는 모르는) 사람에게 늘 묻지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러다 어느 날 일흔의 노파로부터 되려 질문을 받습니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요?”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야."
“누구든 언젠가는 죽으니까 전혀 특별하지 않지.
한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살았는지는 보지 않아.
그러니 당신은 진정한 인생을 몰라.
역사라던가 세계라던가 그런 것들 속에서는 전혀 특별한 게 아니겠지.
그래도 우리들한테는 무척이나 중요한 거야.
하늘에 태양이 있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잖아?
하지만 태양이 있는 건 중요한 거야.
죽음이란 것도 똑같지 않을까?”
그래요, 모든 삶은 특별한 삶이지요.
나랑 으르릉대는 바로 저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지요.
내가 못 견디겠는 저이도 역시 그런 존재이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그대’도 귀하고 ‘나’도 귀합니다.
우리 다 그런 존재들이랍니다.
고교 수학샘이 그러셨댔지요,
반죽음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
그건 결국 반살림이지,
그렇다면 같은 거네,
그러니까 양쪽의 반(2분의 1)을 약분하면,
아하, 삶과 죽음은 같은 거구나.
삶은 죽음의 반영이고 죽음은 삶의 반영이란 말이
함의되어 있겠습니다.
날마다의 죽음(잠)이 좀 길어졌다는 것 아니겠느냐,
그리 말하는 어르신도 있으셨더랬지요.
뭐, 어쨌든 그렇더라도 그리 대수로울 것도 아니겠습니다.
삶이 다 차면 죽음이지요, 뭐.
다만 열심히 살 일이겠습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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