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31.쇠날.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조회 수 1400 추천 수 0 2008.11.04 07:37:00

2008.10.31.쇠날.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그림, 얼마나 매력적인 영역인지요,
음악은 음악대로 그러하겠지만.
수채화는 수채화 나름으로
유화는 또 유화가 주는 감동이 있습니다.
아,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렘브란트와 19세기 인상파들의 작품들...

지난 학기 아이랑 유화를 잠깐 그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시간을 못 냈지만
여전히 그곳은 우리들의 유화반이지요.
다음 학기엔 돌아갈 수 있으려나요.
유화반에서는 봄가을로 바깥에 나가 사진기에 풍경을 담습니다.
그 사진을 화폭에도 옮기지요.
마침 오늘이 나들이하는 날이었습니다.
며칠 전 여 가까이로 온다는 소식 듣고
들리십사, 꼭 다녀가십사 했더랬습니다.
화장지며 과일이며 꾸러미들을 싣고 오셨지요.
“밥이 일이지.”
부엌으로 팔 걷고 들어서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공동체에 살면 그거 하나는 좋습니다,
제법 큰 규모의 사람이 들이닥쳐도 별로 일이 아니게 되는.
밥, 분명 일은 맞지만
일을 쉽게 하는 법을 배운 것도 공동체로부터이지 싶습니다.
잘하려니까 문제이지요.
되는 대로 있는 대로 하는 가벼움이면 그리 힘이 들 것도 아닙니다,
늘상 이 규모의 식구가 다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 무로 무생채, 지고추 꺼내고,
강경아줌마 나눠주신 무장아찌도 참기름에 조물거려 놓고,
이웃의 감자를 볶아내고, 우리 무배추로 담은 김치 꺼내고,
마침 푸른 호박도 따놓았네, 호박나물을 내고...
생선 한 조각 없는 것이 아쉬우나,
수란도 준비는 해두고 못 냈구나,
그런들 어떤가요,
콩나물국밥, 다진 우리 청고추와 홍고추,다진 묵은 김치
새우젓과 자른 구운김과 고춧가루를 고명으로 내고...

아이랑 달골도 다녀오고 동네 한 바퀴도 돌고
마침 오늘부터 피기 시작한 난롯가에서
차도 마시고 사는 얘기 나눕니다.
“나는 요새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들어본다.
옷 입는 거며 분위기라든지는 얼마든지 품위 있게 꾸밀 수도 있겠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더라...”
한 회원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옷이며가 다 무엇이란 말인가요,
결국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지요.

오늘도 하늘이 고마웠습니다.
비 내린다 하여 취소되려던 일정이었는데,
말짱해 주었지요.
간간이 빗방울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잘 받은 이곳이었습니다.
먼 길 와주어 고맙고,
잘 다녀가셔서 고마웠지요.
다음 학기엔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후에는 김천의 빛내농악경연대회가 있는 체육관 광장으로 갔습니다.
수영장도 곁에 있지요.
해가 기울어지고 시상식도 막바지였으나
신명이 난 이들이 열심히 마당을 펴고 있었습니다.
“같은 숫자가 나와서도 마당이 꽉 차 보이는가 하면
같은 숫자인데도 소리가 몇 사람이 안돼 보이기도 하고...”
곁에 섰던 어떤 아주머니가 평을 하였지요.
귀명창이란 말처럼 눈고수라는 게 또 있을 겝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딱 그 짝이었습니다.
지역문화수준이란 게 있습디다.
전라도에 가면 그냥 촌부들의 노래 한 자락이 다 전문가라지요.
골목 골목에서 들리는 소리를 보고 듣고 자란단 말이지요.
김천의 농악이 그f런 듯합디다,
그곳이 새롭게 보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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