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0.달날. 맑음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08.11.24 01:09:00

2008.11.10.달날. 맑음


작은 딸기밭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순이집 옆 비어있던 허드렛땅이지요.
본관과 가마솥방 앞 꽃밭 한 켠 몇 포기로 시작했던 딸기가
아주 겁나게 뻗어나가 온 밭을 뒤덮었던 두어 해였지요.
그걸 간장집 앞에 작은 꽃밭을 만들며 또 두어 포기 옮겼는데
올해는 그곳을 또 다 덮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딴 것들로 만들었던 잼이
아주 잘 팔렸던 올해였더이다.
잼을 먹으며 딸기밭을 따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소사아저씨가 시작하신 일이랍니다.
뭐라도 소출이 제법 되는 게 재미 또한 크기 마련이지요.
전나무가 나란히 세 그루 선 곁에
학교가 있었을 적 여러 가지 암석이며 전시물이 놓였던 곳,
한 때 250명까지도 있었다던 아이들이
과학 공부를 하거나 구경거리로 삼았을 공간입니다.
그 아이들 다 어디로 갔고,
무엇을 하며들 살아가고 있을지요...
거기 딸기밭이 들어섭니다.
장순이랑 너무 가까워 한 쪽엔 울타리를 쳤지요.
워낙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던 땅은
좀체 볼품이 있진 않지만, 게다 몇 평 되지도 않지만
소담스러울 수는 있지 싶습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처럼
오늘도 갖가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교육청과 군청이 흙집 증축 건에 대해 협의에 들어갔고,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친구랑
아이와 같이 가서 밥도 먹었습니다.
몇 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서로 나눠먹으며
새삼스럽게 새 문화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게 되데요.
한국생활 5년차에 접어드는 그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찌개를 중심에 두고 먹는 밥상은 아니지요.
한국 문화에 대한 그의 이해는
마치 한국 친구랑 만나는 것만큼 편하게 되었지요.
이 산골에서도 그런 친구를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일도 즐겁습니다.
저녁에는 식구들과 모여 무청도 데쳤네요.
팔이 좀 불편하여 식구들이 붙어서 일을 같이 합니다.
양이 많으니 뒤집는 데도 힘이 필요하지요.
큰 스텐 다라이(이래야 실감이 나지요)에 몇 차례나 데쳐냈습니다.
역시 겨울날 이곳의 좋은 먹을거리가 될 것이지요.

오랫동안 쥐고 있던 숙제가 있었습니다.
제도교육에서 쓰는 교수-학습안을 짜는 것인데,
조금만 숙달되면 일도 아니라는데,
처음 하는 이에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디다.
적당히 교육용자료들에서 베껴도 된다 하는데
그게 또 웬만큼 나이 있는 사람한텐
쉬 할 수 있는 대안도 아니지요.
그리하여 오랫동안 고민거리이기만 하고
하염없이 미루어지기만 하였는데,
같이 공부하는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지요.
그리하여 오늘 기어이 냈습니다.
받게 될 평가가 어떠하든
한 것에 의의를 두는 일이 이런 건 갑다 싶습니다요.
후련하네요.
숙제, 제 때 내야 합니다요.

달골에서 지내는 요즘입니다.
햇발동 문을 여느라 주춤하는데
아이가 곁에서 수련동작을 합니다.
지난주부터 합기도란 걸 시작했는데,
제법 재미를 붙이고 있지요.
“야, 멋있다, 다시 해봐.”
그 사이 불이 켜졌지요.
아이는 다시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다소 긴장이 되었던 걸까요,
곁에서 보던 어른 하나가 야유를 보냈지요.
“달빛에선 멋있는데, 불빛에선 어설퍼...”
그렇게 한바탕 웃으며 달골의 밤을 맞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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