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나흘

조회 수 4219 추천 수 0 2003.11.21 00:18:00

변산 나흘 다녀오다: 11월 14-17일

귀국하면 하고팠던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지리산을 오르고
흩어진 남도의 섬을 돌아 돌아
세 곳의 공동체를 가고 싶었지요.
그런데 연구년을 시작하기 전엔 있었던 두 곳이
그동안 사라져버렸더이다.
마음이 아주 많이 아프데요.
그래서 그랬을 겝니다,
변산공동체에서 마지막 밤 소감 비슷한 걸 말하라는 자리,
할말없다 해놓고도 굳이 한마디를 내놓은 건.
"주제넘게도, 이렇게 살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눈물이 삐질삐질 납디다.

97년부터 가려던 걸음이 그리 더디었지요.
그토록 많은 이가 보고 간다 '잡초는 없다'조차
겨우 겉표지만 읽고
잡지 모퉁이 신문 한 켠 어디 있었음직한 변산 이야기를
별반 짚어보지도 못하고 간 걸음이었지요.
대해리 들어와서 살다보니
책이 더욱 안읽힙니다.
별반 소용도 없고, 시간도 없고, 뭐 그렇네요.

변산, 참 풋풋한 자리였답니다.
아이들은 또 얼마나 이뿌던지...
나무, 태형이, 태헌이, 새날이, 마루.
또 큰 놈들 정민이, 정하, 꽃님이, 시전이, 훤이.
특강이랍시고 들어가서
말은 무슨 말이냐며 같이 몸을 좀 다루다 나왔더랬습니다.
다들 참 애쓰며 살데요.
소영씨, 정민이 형, 미정씨, 영씨, 상신씨, 희진씨, 다운씨, 경선씨, 성희씨, 애영씨,
그리고 분가해서 잘사는 한이 아저씨네, 철호 아저씨네...
곧 분가하는 희정씨네(초창기 식구였다는데...).

"어, 옥영경씨랑 되게 많이 닮았네..."
윤구병샘이 그러데요.
오래 뵙지 못해서도 그렇겠고
몇 해 뙤약볕아래 헤매고 다녔더니
동네사람들조차 "교장이 갈린(바뀐)모양"이라 할만치
얼굴이 변하기도 했겠고,
간다 했을 때 이름을 안묻길래 굳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샘하고는 97년 마지막, 양희은이 진행하는 무슨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교육대담 뭐 그런 걸 새해특집으로 녹화했더랬지요.
첨 뵌 거야 91년입니다만.

이 바닥에 살고 있는 사정을 헤아리셔서
쭈욱 구석구석 운산리를 안내해주시고
마포학교와 해변학교도 보여주시고
식당에서 하던 일에서 빼내
오래된 옛집을 고치는 일을 해보게도 하시고
늦은 밤까지 차근차근 설명도 해주시고.
도움 컸지요.
"길이 없다 싶으면 전화드리겠습니다."
"걸어가면 길이지 뭐."
마지막 인사가 그래놓고도 전화하라 하십디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올해의 계절학교 파일을 보다가
풀꽃 엽서가 있어서 슬쩍 좀 쟀지요.
이거 물꼬가 원조입니다. 하구요.
물꼬에서 하는 '열린 교실'과 같은 '열린 마당'도 있길래
혹시 물꼬 다녀간 이가 계절학교에 붙지 않았냐 물었더니
그렇다데요.
명단을 보니 도움꾼으로 갔더이다.
우리 것을 잘 나눈다고 어깨 으쓱 올려보기도 했지요, 하하.

정말 정말
그곳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따뜻했던 변산 식구들한테도 두고 두고 고마울 것입니다.
일 많을 때
저희 식구들 왕창 가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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