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2.물날. 맑음

조회 수 1115 추천 수 0 2008.11.24 01:29:00

2008.11.12.물날. 맑음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경제위기, 이 시대 최고의 화두네요.
“미네르바가...”
무슨 말일까요?
“지혜의 신!”
“그게 아니라... 정말 모르나 부네.”
물꼬만 모르는 세상 일이 어디 한둘일까요.
다음 카페의 아고라에서 유명한 ‘미네르바’를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얼굴 없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호로도 불린다지요.
얘기를 정리하면 대충 이런 구도입니다,
대충 주워섬겨 구멍숭숭하겠지만.
이번 위기는 금융파생상품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합니다.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은행권의 주가가 하락하고
급기야 리만브라더스은행이 파산하고...
바로 이 파산을 예고하며 미네르바가 알려지게 되었다지요.
이것만이라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나요.
주가가 3000까지 가게 한다는 말이며 대운하건설 같은,
이정부가 들어서면서 내건 공약에 의문을 제기한 외국 언론들이 많았지만
한국에선 어느 누구도 감히 발설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환율폭등과 주가하락이 시작되자
미네르바는 경제예측과 그에 대한 대책들을 제시하기 시작 했다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있었는데
결국 미네르바가 제기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지요.
외환보유고로 임시처방을 내려도 안 되자 연기금을 쏟아 붓고
그리고 한은을 통해 한미스왑을 체결하고...
그러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겨우 며칠 천하에 그쳤다 합니다.
하지만 입빠른 정부,
한미스왑을 하면서 환율이 어느 정도 내려가자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브리핑을 하고
이에 미네르바 왈,
이는 단기처방이며 결국 나라가 부도직전까지 내 몰릴 수 있다 몇 가지 지적을 했다지요.
그리고 정말 한국경제는 장기 불황에 들어선 겁니다.
경기는 하강하고 물가는 오르고 실물경기침체 내수부진, 금융불안,
말 그대로 스테그플레이션!
미네르바의 경제 예측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예언자 미네르바가 외쳤다지요.
공부해서 현 상황을 제대로 분석 해서
부자들만을 위한 정부에게 당하지 말고 잘 지켜라고.
심지어 소시민 생존전략 10계명도 냈다 합니다.

그런데, 어디 몰랐나요,
수치야 모르지만, 경제용어에 아둔하지만
그래도 짐작이 어렵지 않았던 경제위기였습니다,
하기야 이 정도로까지 엉망일 줄이야 몰랐겠습니다만.
어쨌든 막연하더라도 이정부 공약에 의문이 일었고
떠나는 외국기업들이 줄지어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반응에 비추면
마치 그가 인류가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한 듯한
위대한 예언자인 것만 같습니다.
물론 정부가 혹은 전문가들이 감추려던 진실을
아고라라는 너른 광장에서 외쳤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실명은 아닌)
웬지 수상쩍은 냄새가 납니다.
중세의 마녀사냥 같은 냄새가 이 땅에선 너무 자주 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집단 광신적 냄새 같은 것 말입니다.
와서 미네르바 글들을 두어 편 찾았습니다.
숙독은 아니고 기다리면 떨어질 감처럼 그의 다음 말,
그러니까 그가 말하는 구원은 무엇일까가 궁금하여 훑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추앙할 때 그만 잊어버린 그의 말들,
우리가 석가를 칭송할 때 그만 잃어버린 그의 뜻들,
그처럼 우리가 지금 미네르바를 예지자로 좇으며
정작 그가 한 말을 잊는 건 아닐지요.
공부하라데요, 생존하는 법을 찾으라데요,
인터넷을 끊고 책을 잡으라데요.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위기에 처할 때
그러니까 자본의 탐욕이 온갖 것을 파괴하고 있을 때
그것을 넘어설 방안,
그러니까 '한 개인이 살아남는 방법'이 정말 있기는 한 걸까요?

그리고 모임의 이야기는 결국 생존법에 이르렀습니다.
“물꼬 같은 데(농사 혹은 채취해서 사는)야 걱정 없지...”
어르신들은 그러셨지만
어디라고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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