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3.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10 추천 수 0 2008.11.24 01:48:00

2008.11.13.나무날. 맑음


곡식들을 담는 것에서부터 물건을 쟁일 때
또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데도
자루는 참 요긴합니다.
그런데 낡은 비닐이며 이곳저곳에서 모아온 것,
그리고 퇴비를 담던 비닐들이며 논밭에 널린 비료포대들,
그렇게 쌓아둔 것도 큰 살림에 쓰다 보면 바닥이 나지요.
그러다 미친 생각입니다.
아하, 현수막!
특정 행사에 쓰고는 더는 못 쓰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걸로 더러 계자에서
아이들이 바느질을 배우며 주머니도 만들고 했는데,
아직도 수북하지요.
챙겨서 잘라두었습니다.
주말엔 재봉질을 하려지요.
좋은 자루들이 될 것입니다,
낡은 고무장갑들이 잘려서 고무줄 역할을 하는 것처럼.

수능입니다.
수시모집이 있으니
과거처럼 단 하루에 몽땅 다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구조는 아니라지만
여전히 많은 고3들이 혹은 재수생들이 그 시험을 한 날에 봅니다.
3년을 혹은 더 넘어 되는 시간을 단 하루에 결판내는 것은
여전히 잔인하지요
(참으로 낡은 표현이어 어느 누구도 그리 말하는 걸 들어본 지 오래입니다).
그처럼 의미가 낡아서인지 수능 한파가 이젠 옛말이네요.
다들 욕봤습니다.
누구라도 잘 봤으면 좋겄습니다만...

나무날이면 바깥에 나가는 일들이 끝나
비로소 한숨 돌려집니다.
아이랑 오늘 그 저녁을 누렸습니다.
(Jon Turteltaub).
메마른 삶을 사는 마흔 사내가
여덟 살 어린 날의 자신과 마주하는 얘기이지요.
그 아이는 왜 사내를 찾아온 것일까요?
러스는 꼬마 러스티랑 어린 날의 학교를 갑니다.
“예전엔 커보였는데...”
그래요, 우리는 그렇게 자라버렸지요.
어른이 돼버렸고, 어린 날을 잊었습니다.
러스는 거기서 패배자로 만들었던 뒤란의 싸움이
자신의 생을 지금으로 몰아오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지요.
그리고 어린 날의 자신은 다시 그 싸움 앞에 섭니다.
“... 하지만 꼭 싸우지 않아도 돼.”
아이에게 사내는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오늘 싸우지 않으면 내일이나 모레 싸워야 해요.”
맞습니다, 오늘 싸우지 않으면 내일이나 모레는 싸워야 합니다,
싸워야 합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오늘 싸우는 게 낫다마다요.
“네 잘 못이 아냐, 절대 아냐.”
이 대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 날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겼던 엄마의 죽음 같은 것에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짓눌리게 되던가요.
하지만 어른들도 겁이 났던 겁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가혹하고는 하는 겁니다.
그래요, ‘내 잘못’이 아니지요, 내 잘못이 아닙니다.
가끔은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필요합니다.
예전의 어느 순간이랑 다시 마주 서보면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자신의 어떤 문제를
풀어내고 훨훨 가슴 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상당히 프로이트식이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을 테지요.
참, 보름달이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것이 왜 그런지는
이 영화를 보면 안답니다.

위기 소식을 이곳저곳에서 듣습니다.
안타깝고 아픕니다.
물꼬도 더러 어려운 일에 봉착합니다,
생존의 문제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런 시절을 견디느라 그런 모양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영화의 한 장면 생각났지요.
조셉 루벤의 .
엄마가 딸에게 말했습니다.
“넌 항상 그랬어. 마팅이든 누구든 간에 너의 강함을 빼앗을 순 없다.
너에겐 너 자신이 있잖니.”
그대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강함을 누구도 뺏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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