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8.불날. 낮 잠깐 흩날리던 눈, 초저녁 펑펑

조회 수 1097 추천 수 0 2008.12.06 16:52:00

2008.11.18.불날. 낮 잠깐 흩날리던 눈, 초저녁 펑펑


첫눈!
그것이 가져오는 귀찮고 번거로움과는 달리
아이도 어른도 강아지마냥 팔짝거립니다.
낮엔 첫눈이라 부르기 머쓱하게 잠깐 흩날리더니
저녁 펑펑 함박눈이 내렸지요.
별 초롱초롱한데도 말입니다.
눈 오면 산을 내려갈 일이 걱정입니다.
달골 언덕 아래 차를 내려놓고 걸어 올랐습니다.
이 겨울은 또 얼마나 깊으려나요.

아이가 성큼성큼 자랍니다.
옷방에 들어갑니다.
이곳저곳에서 보내온 옷들이 가득가득한 방이지요.
요새야 어디 낡아서 버리나요,
심지어 새 옷들도 많습니다.
이곳에서 살지 않아도 잠시 머무는 이들에게도 요긴한 방이지요.
준비해온 것보다 날이 더 춥기 일쑤여서
또 그만 옷을 다 적셔버려
그리고 지나는 걸음에 왔으나 논밭에서 손을 보탠다고
두루 잘 쓰이고 있는 옷들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적지 않은 옷들로 아이도 키웠지요.
생활한복 한 벌을 발견합니다.
언제적 보았으나 아직 크다 싶더니
아이가 딱 그만큼 자랐네요.

좇아다닐 일이 있었는데,
때도 거르고 있었습니다.
마침 친한 이들을 만났고, 들고 있던 스낵을 내밀었지요.
금새 다 먹어치워 버렸습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친구 하나가 그럽니다.
“언니들은 다르네요.
우리 학년이 그랬으면 다 먹으라고 냉큼 내밀지 않을 텐데...”
나이를 그냥 먹지 않는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저학년이랑 고학년이 다릅니다.
그러니 나이값이라는 말도 있는 것일 테고.
나이 무게만큼 나이 먹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경제개념을 심어주어야 한다며
방학에는 심지어 고비용의 경제캠프들까지 날개를 달았지요.
코스닥이 내려갔는지 올라갔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게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겠는 산골 사람들에게
아이가 신문을 뒤적이며
오늘의 주가가 어떻다느니 전하는 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오늘은 그 주식이라는 것에 대해
아이랑 얘기 나눌 거리가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어느 글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지요.
“가난한 아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알고 보면 남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누군가의 손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투자한 돈이 돈을 버는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이 자신의 자산 소득으로 이전되는 일이다. 결국 머니 게임이다. 머니 게임에서 높은 수익을 실현하려면 결국 소수 승자 대열에 껴야만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머니 게임의 패자가 될 확률만 높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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