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9.물날. 맑으나 매워지는 날씨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08.12.06 16:53:00

2008.11.19.물날. 맑으나 매워지는 날씨


산골이 어디고 하얗습니다.
둘러친 산들도 죄 눈을 덮어썼습니다.
그 눈을 쓸며 아침을 엽니다.
“쓸 만큼 눈이 왔어?”
그러게요, 산골은 산골인가 봅니다.
기온이 그닥 낮지는 않은 데다 햇살 굵어
낮에는 거의 녹지 싶지만
아침에 산길을 내려가자면
구비 도는 곳이랑 햇살 더디 닿는 곳은
좀 쓸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올 겨울 처음 잡는 대빗자루였지요.

오늘에사 ‘봉이네’에 연락을 합니다.
보령의 꿀벌 치는 댁입니다.
김민순샘은 지난 여름 사람들과 고추장을 담던 걸음에 달려오셔서
한 계자 아이들에게 젤리초 만드는 법도 안내하고
꿀벌들의 세계를 들려주셨더랬지요.
사는 얘기야말로 얼마나 힘이 있는가를 알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사치레를 하는 모든 걸 물리치고 떠나셨더랬지요.
계자를 정리하며 드리자던 연락을
세상에, 여름 다 가고 갈마저 깊어 겨울에 이르러서야 소식 드렸습니다.
그곳 고추장과 벌꿀도 맛보겠다 해놓고 이제야 말입니다.
제 때 하는 인사가 제일 옳겠으나
늦더라도 잊지 않고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싶습니다.
늦게, 다시 고맙습니다.

풀이며 넝쿨 무성하던 화단을
역시 여름 지나고 갈 지나 겨울 앞에 손질합니다.
소사아저씨의 큰 일 가운데 하나인데도
그걸 손에 잡지 못하던 계절들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정리를 좀 해두면
봄이 또 수월할 테지요,
당장 어수선하기도 덜할 테고.
면사무소 볼 일도 봅니다.
마을 일을 보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어째 늘 연락사항들이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놓치는 일들도 많고 손해라면 또 손해 볼 일도 더러 있지요.
무료로 공급되는 유기질퇴비는 우리에게도 아주 유용한데
땅만 덩그마니 있고 멀리 사는 이들조차 챙겨먹는 일을
정작 이 땅에서 농사짓고 살며 모르고 넘기기 일쑤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면사무소랑 개별연락체계를 만들어놓았더랬습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에너지를 아끼자고 몰려 자기도 합니다.
아이 방에서 같이 이불을 까니
아이는 할 얘기가 수도 없지요.
히히덕거리느라고 늦도록 잠 못 이루는데,
이런 순간도 사는 일이 참말 재밌다 싶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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