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샘, 그리고 경옥샘과 윤희샘

조회 수 3249 추천 수 0 2003.11.27 17:53:00

< 하다 겨울 입을 거리 장만한 이야기 >

11월 17일 달날,
변산을 떠난 지 일곱 시간만에 대해리 들어오니
서울서 신길샘 와서 책장 짜는 일을 도운 지가 다섯 시간됐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던 모임에서 그를 만난 게 80년대가 저물던 무렵이니
무려 십오년지기는 되나 부네요.
귀국했단 소식이 그에게 닿자마자 앞뒤없이 바로 내려온 참입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하다고 몸무게는 26킬로그램,
여덟 살 키에 아홉 살 몸무게라고 하데요..."
그래서 하다 주려고 사 둔 겨울점퍼를 얼른 가서 바꾸었더랍니다.
하마터면 옷이 작아 서울 다시 올라갈 뻔하였다고.
일산 '들꽃을 가꾸는 사람들'에서 부엌공사에 힘 보탤 장정들도 내려와서
밤새 마당에 불피우고 지나간 노래들을 부르거나 들으며
아이들 이야기 세상 이야기 같이 나누었습니다.
물꼬에서 보기 드물게 술잔도 돌렸네요.
동이 틀 때 학교를 나서던 신길샘 봉투를 내밉디다.
"밀린 논두렁 회빕니다."
수북한 돈다발이었던 겁니다요.
잘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전엔
오랜 시간 물꼬 두레일꾼으로(94년 품앗이일꾼으로 시작해서) 고생하다
우리를 두고 시집 가버린(?) 물꼬 3대 부엌지기 경옥샘이
하다 겨울에 얼릴까 두툼한 겨울 옷 한 벌에 내복 말아 보내왔습니다.
작업복도 몇 벌 같이 동여서.
눈 오기 전 털신도 찾아보낸다 합니다.
고맙다마다요.
본 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그 얼마 전엔
역시 물꼬의 오랜 두레일꾼(역시 94년 품앗이일꾼으로 시작해서) 윤희샘이
하다 옷가지를 꾸려보내왔습니다.
연극 공연 한다고도 정신 없을 것을.
귀국한 지 얼마 안된 때 윤희샘 내려왔을 무렵
옷이 젖어있는 하다한테 그랬다네요.
"야, 옷 갈아입어."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옷장을 들여다보니 텅비었더랍니다.
여기 서울이며에서 보내준 옷상자가 더러 있는데도
짬이 없어 입힐 옷들을 찾아두지 못했던 때였지요.
애 당장 입을 옷도 없다고
부랴부랴 예 제서 옷가지를 사고 얻고 꾸려보내왔습니다.

하다 겨울 입을 거리는 이리하야
다 준비가 되었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4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1991
6493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87
6492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86
649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85
6490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82
6489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82
6488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75
6487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74
6486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73
6485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73
6484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72
6483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72
6482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70
6481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69
6480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67
6479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64
6478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63
6477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58
6476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52
6475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