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4.달날. 비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8.12.08 21:59:00

2008.11.24.달날. 비 / 낙엽방학 한 주


낙엽방학 주간입니다.
덕분에 어른들도 쉬엄쉬엄입니다.

비 내리는데 영화를 다루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쇼팽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언급합니다.
길 양쪽으로 폐허로 남은 부서진 건물들 사이에
점 같이 한가운데 홀로 서 있던 스필만,
마치 스크린에다 포스터를 붙여놓은 것 같았던 그 장면과
“내게 말고 하느님께 감사해라,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살기를 원하신다.
그것이 우리들의 믿음이기도 하지.”
살려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어찌 전할까 애쓰는 스필만에게
독일장교가 했던 말,
무엇보다 스필만이 치던 쇼팽의 음악들이 오래 남는 영화.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물이 흔들리고 벽이 무너져내리는데도
마지막까지 피아노를 치다가 빠져나오던 스필만처럼
급히 문을 열고 걸음을 옮겼지요.

사람들의 암울한 소식들을 자주 듣습니다.
태평성대라 일컬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97년 IMF 이후 재기하여 무탈했던 삶들이
다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지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밀려드는 가난이
삶을 잘 살펴보게 합니다.
최근 한 생태잡지에서 이슬람의 가난의 영성을 전하던
이란 전 교육부 장관 마지드 라네마의 공생공락의 가난도
다른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서로 만난답니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지요.
가난하지 않은데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필요하겠냐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은 바로 타자라 하였습니다.
이렇듯 가난이 우리 삶을 더 빛나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겝니다.

스필만의 이야기가 절망의 순간에 힘을 준다던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영화 위로 흐르던 쇼팽의 음악이 무게를 더했을 테지요.
아무쪼록들 견뎌가자는 말 밖에
다른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대,
오늘 쇼팽의 곡 하나를 찾아 들으며
전쟁 한복판에서 굳건하게 지탱해가던 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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