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6.물날. 갬

조회 수 1397 추천 수 0 2008.12.10 22:09:00

2008.11.26.물날. 맑음


유기농을 하고 있는 광평농장에 다녀옵니다.
농약 하나 치지 않고 과수 농사를 해내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 것인지를 아다마다요.
그런데 그 무수한 손길이 닿았을 사과가
미처 상품으로 다 나가지 못해 더러는 썩고 있습니다.
서둘러 즙을 짜고 있지요.
몇 집에 나누려고 실어옵니다,
애쓴 것들이 정녕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두루 알려 힘을 보태야지 합니다.

황간을 다녀오는 길에 사람을 하나 태웁니다.
오전에는 독거노인돌보미를 하고
오후에는 노인요양보호사일을 한다던가요.
“차도 없이...”
걸을만한 곳들을 다니고,
더러 이렇게 오가는 차를 타는 것도 어렵지 않다했습니다.
낡은 차라도 이런 이들에겐 또 얼마나 귀할지요.
차는 집 뚝뚝 떨어진 이런 시골 삶에 있어야 한다니까요.

주말에 이르기 전 비나 눈이 온다던가요.
배추가 얼새라 급히 뽑습니다.
한 번에 하자면 그게 또 여간 큰 일이 아니어
우선 닭장 아래 밭만 다 비웠지요.
156포기!
고래방 뒤란 창고에 쟁입니다.
알이 영 없지만 그리 자라준 것만도 고맙습니다.
적으면 적은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먹으면 되지요.

차이코프스키 교황곡 5번 4악장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데요.
음악 하나 챙겨 들은 지도 오래인 이곳에
이렇게 차를 타고 오가는 일이 음악회가 됩니다.
그것만도 훌륭하다 싶지요.

이즈음이면 으레 뭔가 정리를 해야겠다 마음먹습니다,
한 해가 다 가버리기 전.
지난해 한 동아리에 껴들어 클래식 기타를 만진 적이 있습니다.
그냥 할 줄만 겨우 아는 악기지만
한 곡쯤은 치며 노래도 부르고 했더랬지요.
올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벌써 한 해가 후딱 흘러가버렸습니다.
오늘은 거기 머물고 있던 기타를 챙겨왔답니다.
정리라면 정리이지요.
뒤란에 생태화장실쯤 되는 작은 흙집을 오래 오래 짓고 있었습니다.
이달 안으로 서류가 다 넘어가야 해서
(그래야 군으로부터 오는 지원금이 원활하니까)
담당자가 저녁에 좇아온 일도 있었네요.
역시 정리를 위한 걸음이었겠습니다.
보내는 사람이 적혀있지 않은 선물 상자 하나가
산골에 찾아들기도 하였습니다.
음악이 담긴 CD 두 장과 같은 크기의 액자 모양 쿠키가 들어있었지요.
한해를 보내는 인사쯤으로 여겨집니다.
누구실지...
이 한적한 곳이 잊히지 않아 기쁩니다.
가는 해는 그간 고마움으로 자리를 한 사람들을 기억케하지요.
다른 건 몰라도 인사엔 게으르지 않아야할 것을,
어떤 삶인들 바쁘지 않을까만,
우리 사는 일에 쫓겨 글월 한 줄을 못 올리며 살아갑니다.
죄송함을 쌓는 일이 사는 일이다 싶기까지 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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