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8.12.26 13:28:00

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곶감집에도 겨울 준비를 하였습니다.
지난 달 ‘빈들모임’에서 어수선하던 마른 풀이며는
정갈하게 정리 한 번 하였지요.
너무 오래 집을 비웠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묵어갔던 하룻밤을 빼면
여름마저 계자 아이들이 학교본관에서 머물면서
사람 흔적 귀했지요.
다만 그 마당에서 콩을 길러내고 옥수수를 키워내고
뒤란에서 깨를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앞마당 감타래에서 곶감이 바람에 말려지고 있지요.
비닐을 쳤습니다.
사람이 기거하지 않는 집은 금새 늙은기를 냅니다.
더러 찢어진 비닐이 기우는 집의 기운을 더했지요.
올 겨울 자는 구조를 바꾸면 이 겨울도 사람이 들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사람기운 남기기 위해서도 새 비닐을 쳤습니다.

흐리게 시작한 아침,
이른 서울거리를 걸어 기차를 탔고
아침 8시가 갓 넘어 영동역에 닿았습니다.
홍콩에서 돌아온 길입니다.
며칠의 비운 자리는 또 일이 그만큼 쌓였습니다.
겨울 계자의 신청을 받기 시작했네요.
지난주를 몸져눕는 바람에 예년보다 조금 늦었습니다.
어려운 시절이라는데, 97년 IMF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계자였는데,
이번은 다를 거라는 짐작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곳에서 상황을 물어오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러면 그런대로 사람살이가 건너가는 게지요.
다른 길이 달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시험 앞에 놓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저 멀리서 기도나 겨우 합니다.
큰 시험을 앞둔 네게.
축축 처지면 뜨거운 국을 먹어라.
팔팔 끓는 냄비에서 한 그릇을 덜어내어
땀 뻘뻘 흘리며 먹어라.
상을 차려주는 어머니가 생각나거든
그냥 눈물 한 번 떨구고 코 팽 풀어라.
뜨거운 국이 위로가 되더구나.
미국의 ‘영혼을 위로하는 치킨 수프’도
중국의 산라탕(hot and sour soup)도
일본의 스키야키도 다 그런 위안이었겠고나.
그런 뒤 차가운 물에 세수 한 번 하고 앉거라.
아무쪼록 견디어라,
그리고 이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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