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2.쇠날. 맑음

조회 수 1252 추천 수 0 2008.12.26 13:37:00

2008.12.12.쇠날. 맑음


차도 겨울 준비를 시켜줘야지요.
산골살이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눈이 많고 바람이 유달리 찬 이곳이지요.
영동 사는 이들조차 그 골짝 가면 당장 온도가 다르더라십니다.
부동액도 갈고
이곳저곳 살펴줍니다.
지난 번 산골짝에서 바퀴가 빠진 일도 있었지요.
휠도 챙겨봐 달라 부탁합니다.

읍내 나간 길에 인사도 좀 합니다.
선생님 한 분을 찾아뵙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처지가 바뀌면 다른 편을 살피는 계기가 됩니다.
강의를 참 잘하시고
무엇보다 사람이 따뜻하다는 게
가르치는 이의 품성으로도 얼마나 중요한가 가르쳐주셨던 당신 앞에서
늘 어려워 말까지도 순조롭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물꼬를 처음 찾아왔던 이들을 떠올리게 됩디다.
찾아온 이들이 훗날 더러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지요,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해얄지 모르겠고, 말은 자꾸 비껴가고 그러더라고.
그럴 때 저는 또 “그냥 하면 되지 뭘...” 싶더니
이제 제가 그 처지가 되니
아, 이렇게 어려운 마음이었겠네 싶데요.

오후에는 연탄재를 치웁니다.
활활 타며 난로를 데우고 방구들을 데우고 남은 것들입니다.
텅 빈 것들은 늘
오래 곁에 있었던 외할머니와 무식한 울어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신들 삶이 그러셨습니다.
된장집 뒤 큰해우소 뒤에 쌓였던 것들을
땅을 돋우는 데도 깨고 질퍽이는 데도 깨 넣고 밭가에도 집어넣었답니다.
이제 세상에 없고 한편 멀리 있는 당신들의 삶을
잘 챙겨드리지 못한 회한에 젖습니다,
그러다 일상에 또 잊히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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