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4.해날. 맑음

조회 수 1153 추천 수 0 2008.12.26 13:43:00

2008.12.14.해날. 맑음


평창을 다녀올 일이 생깁니다.
같이 모여서 온 이들도 있고 따로 따로 출발한 이들도 있는데
재미난 풍경 하나를 만납니다.
2시가 모임 시간인데
시계는 아직 2시 전이었지요.
그런데 2시에 맞춰 들어온 이에게
한 덩어리로 모인 다른 이들이 툴툴거립니다.
“왜 늦었어? 그런데, 빈손으로 왔어?”
일찍 도착해서 아래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그런데 분명 시간에 맞춰왔는데도 그를 은근히 비난합니다.
거기에는 우리는 일찍 와서 밥도 부실하게 먹고 앉았는데,
너는 점심까지 먹었단 말이지, 우리는 배고파 죽겠다는 짜증이 배여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이의 말이 그 자리에 함께 한 다른 이들에게로
전염되고 있더란 것입니다.

그런 실험이 있었지요.
‘일곱 명의 피실험자를 한자리에 앉혀두고 길이가 다른 몇 개의 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길이가 같은 두 개의 선을 골라내게 한다. 육안으로 간단히 식별되는 단순한 문제이다.
한사람씩 답을 말하게 한다. 첫 번째 사람도, 두 번째 사람도 엉뚱한 틀린 답을 말한다. 진정한 실험대상자는 다섯 번째. 앞의 넷이 모두 틀린 답을 말하면 다섯 번째 사람은 고민에 빠진다. 놀랍게도 37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답을 버리고, 앞서 네 사람이 말한 틀린 답을 따라간다.
각자 따로 앉혀두면 99퍼센트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밝힌다. 그러나 여러 사람을 한데 모아두면 다수의 논리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발적으로 집단의 논리에 굴복.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우리는 스스로들을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런 결정을 내린다. 의지라는 것도, 재능이나 지성도 집단 심리와 섞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다.’
집단, 참 무섭습니다.

그럴 때 나이 좀 든 이, 혹은 지혜로운 이의 처사라면 어찌 할까요?
늦은 것도 아니거니와
설혹 늦더라도 그 사람 때문에 딱히 기다렸다거나
무슨 불이익이 생긴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런 환기가 옳지 않겠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그저 가만히 있는 게 또 미덕이라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누구도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거지요.
젊은이를 야단치는 어른들이 그리운 순간이었습니다.

여럿이 모이니 방을 쓰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누굴 끼우느냐 마느냐 뭐 그런 거지요.
남학생들은 덜한데 여학생들에겐 또 첨예한 문제입디다.
물론 나이 스무 살 혹은 갓 넘긴 이들이 모이는 것이라
아직 어리군 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 결코 또 어린 나이들도 아니지 않은지요.
나는 쟤랑 쓰기 싫다, 심지어 그리 나오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차피 잠깐의 일들인데 집 떠나 좀 불편한 거야 순간인데,
그리 긍정으로 여겨도 될 일들이건만...
젊은이들의 의식이 마치 그것에만 잣대가 있기라도 한 양
곁에서 조금은 낯이 뜨겁고 조금은 속상하고 그렇더이다.

세상이 좋으니 학교를 떠나서도 학교일이 가능하지요.
한 식구가 홈페이지에 악성 글이 많아서 스팸메일 걸러주는 기능을 찾고
그걸 넣어놓습니다.
좀 나아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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