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54 추천 수 0 2008.12.29 03:14:00

2008.12.18.나무날. 맑음


방아를 찧었습니다.
햅쌀로 찧는 두 번째입니다.
정미기가 문제가 생겨
지난 여름 막바지는 면소재지 나가서 찧던 쌀입니다.
그런데 햅쌀 거두고
종대샘이 정미기를 뜯어 이 곳 저 곳 털고 닦고 했더니
잘만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청소가 잘 안돼서...”
물건을 잘 쓰는 법의 첫째는 역시 쓰고 닦아두는 것이겠습니다.

덜커덩 방아나 찧어, 히여
거친 밥이나 찧어, 히여
아버님 어머님께 드리옵고, 히야해
남기시면 내 먹으리, 히야해
(방아노래)

기계로 돌리는 것이긴 하나
내 집에서 하는 방아는
디딜방아 연자방아 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참새가 지나치지 않는 그 방앗간,
사랑이 일던 바로 그 물레방앗간,
물푸레마을 외딴집 연자방아를 돌리던 그림책도 떠오르고...

방아 방아 물방아야
쿵쿵 찧는 물방아야
네 힘이 장하구나
네 힘이 장하구나

덜덜거리며 껍질을 벗겨내는 정미기 앞에서
기억은 풀풀 어린 날로 넘어갑니다.
반듯하게 누워 다리를 굽히고
정강이에 아이를 앉혀 들었다 놓았다 하며 부르던 노래,
어느 가정이고 그렇게 아이방아찧기를 했을 것입니다.
제 어릴 적도 어르신들이 그러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러하였지요.
아이는 기억을 하려나요?
강원도 산골 어드메 아직 디딜방아를 찧는 곳이 있다하였는데
아이랑 길 한 번 떠나지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274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285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298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284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280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291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277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362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26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32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86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291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80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299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287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273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300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286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289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5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