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2.달날. 갬

조회 수 1115 추천 수 0 2008.12.29 03:16:00

2008.12.22.달날. 갬


“황간이다!”
이런, 이런,
남도의 집안 어른이 들이닥쳤습니다.
오늘 오십사야 했지만
출발하며 전화주실 줄 알았지요.
그런데 우리 일어날 녘 벌써 당도했다는 연락입니다,
잠 깨울까 고속도로 나들목 나오시며 한 전화라며.
주말에 손님들 다녀갔다고 늦은 아침을 맞자 했더래서
아직 잠자리를 채 거두지 않고 있었으니
푸드득 푸드득 정신이 하나도 없을 만했지요.
눈 살풋 내렸습디다.
다행히 아직 얼진 않았데요.
급히 눈을 쓸고 달골에서 내려옵니다.

어머니는 새벽에 벌써 바닷가까지 나가
싱싱한 생선들이며를 사 오신 길이셨습니다.
챙겨 오신 시래기로 국을 끓여 식구들 다 멕여주시고
그 큰 동태 한 궤짝을 다 다듬은 뒤
그걸로 점심 밥상도 차려주셨지요.
끌고 오신 봉고차에는 모둠방에 넣을 좋은 오디오에
(스피커, 제법 괜찮습디다!)
고무통들이며 돗자리들도 실려 있었지요.
시골집을 정리하고 드디어 아파트행을 결정하시자
물꼬가 덕분에 또 부자가 되었답니다.
“고춧가루랑 마늘 많이 넣어서 버무리고...”
하룻밤도 신세 안지시겠다 해 떨어지기 전 떠나며
내장과 아가미로는 젓을 한 번 담가보라셨네요.

늘 어른 그늘에 사는 우리들입니다.
당신들을 텅텅 비워 우리를 채우며 살아가는 세월입니다.
그러다 어머니를 잃고서야 우리는 깨닫지요,
뭔가 어긋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어머니를 생각하며 곧추세우고 힘을 냈단 사실을.
잘 살아야겠습니다,
잘 해드려야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54 2024. 1. 2.불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389
6553 2024.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383
6552 2023.12.31.해날. 흐림 옥영경 2024-01-07 402
6551 2023.12.30.흙날. 비 옥영경 2024-01-07 381
6550 2023.12.29.쇠날. 미세먼지로 뿌연 옥영경 2024-01-07 415
6549 2023.12.28.나무날.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옥영경 2024-01-07 394
6548 2023.12.2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465
6547 2023.12.26.불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375
6546 2023.12.25.달날. 눈 멎은 아침 옥영경 2024-01-07 391
6545 2023 겨울 청계(12.23~24) 갈무리글 옥영경 2023-12-31 472
6544 청계 닫는 날, 2023.12.24.해날. 가만히 내리는 눈 옥영경 2023-12-31 513
6543 청계 여는 날, 2023.12.23.흙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441
6542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393
6541 2023.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370
6540 2023.12.20.물날. 눈 옥영경 2023-12-31 372
6539 2023.12.19.불날. 흐림 옥영경 2023-12-31 374
6538 2023.12.18.달날. 갬 옥영경 2023-12-24 382
6537 2023.12.15.~17. 쇠날~흙날. 비, 우박, 눈보라 / 화목샘의 혼례잔치 옥영경 2023-12-24 506
6536 2023.12.14.나무날. 비 옥영경 2023-12-24 411
6535 2023.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23-12-24 38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