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08.12.29 16:46:00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눈발 흩날리는 아침입니다.
곧 가는 볕자락이 퍼지는 듯하더니
흐린 하늘이 매운 날씨에 무게를 더했지요.

서울에서 처음으로 품앗이를 온 성훈샘을 더해
경운기로 곶감집 폐표고목을 나르고
장작을 패고 쌓았습니다.
“와!”
전기톱으로 적당한 길이로 자른 것을
한 사람씩 붙어 장작을 패면
쪼개지는 순간 소리들을 질렀지요.
부엌에서 밥상을 준비하면서도 다 알겠데요.
물꼬가 손 보태(사실은 거의 마음만) 같이 키운 이곳의 유기농 사과즙을 사고
도시락으로 싸준 김치볶음밥을 들고
미루샘과 유설샘은 다시 돌아갑니다.
꼭 무슨 사우(사위)보는 것 같데요.
세상에 어떤 사위가, 며느리가 딸 가진, 아들 가진 부모 맘에 들까요.
“몸이 약해 봬서...”
괜히 미루샘한테 트집도 잡아보았답니다.

“이제 그만 하셔요.”
“그렇지않아도 안 보여서 그만 하려했어요.”
성훈샘은 어둡도록 장작을 패고 쌓고 있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일하는 이 곁에 있으면
참 감동이지요.
보는 이에게 열심히 살고픈 힘이 인다고나 할까요.
겨울 저녁 한 젊은이가 우리를 그리 힘나게 했더랍니다.

성훈샘이 묵고, 소정샘도 하루를 더 묵기로 합니다.
“추석에 오고 성탄에 오고 설에도 오겄네.”
“정말요?”
“그래도 되나?”
“집에다가 여기에 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 드릴게요, 하하.”
이곳에서는 귀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물론 세상 어느 존재가 그렇지 않을까만),
그래서 더욱 지키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지요.
때로는 외가가 되고 휴가지가 되고 일터가 되고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더러 고향이 되기도 한다지요.
고마울 일입니다.
모두가 떠난 산골마을에 산기슭 외딴집을 홀로 지키는 어미처럼
그리 예서 오래 살지 싶습니다.

오늘은 성탄,
물꼬로 닿은 성탄카드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탄카드를 만들지 않은 것도 오래된 일이네요.

‘(생략)물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몸만 웃자란 어른들을 위한 곳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 안에 못자란 아이도 물꼬에서 마음껏 뛰놀고 일하면서, 많은 삶의 지침들을 배워갑니다.
각자가 욕심을 걷어내고, 그 자신의 고유한 빛을 발하여 살아간다면 세상이 더욱 풍요로울 텐데...... 힘든 시기에 물꼬를 만나고,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다 싶었더랬지요.
고맙습니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셔서.’

서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여기고 열심히 사니
정녕 고마운 일이다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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