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9.01.09 11:48:00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계자 중인데 힘도 못 보태고 한해가 간다. 미안타 친구란 게 보릿자루마냥 웅크리고 지 밥 그릇만 챙기며 산다. 달리 살아줘 고맙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하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오랜 친구의 문자를 받습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속속 올라오는 걸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우리집 아이가 가지 않았는데도 재미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속 타는 부모들 배려하려 애써 일찍 일찍 글 올리시는
그 행간도 짠하게 읽습니다...
부디 아이들의 맑은 영혼과 따순 생기로 옥샘도 더불어 안녕하시길...’
역시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통해 친구가 된 이가
앓고 있는 어깨를 잘 살피라며 소식을 보냈지요.
몸이 이곳에 있지 않아도 마음을 보태는 이들로 살아지는 이곳입니다.

앞에 한 계자가 있으니 장보기도 수월합니다.
앞에 한 번 꾸려놓으니
안에서도 여유가 있었지요.
앞의 계자에서는 처음으로
새끼일꾼을 돌려보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사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얼굴 붉히며 보낸 것도 아닌데 마음이 적이 무겁네요.
아이들도 그렇지만 새끼일꾼들 역시 어른들이 믿고 보내시는 거지요.
그런 만큼 이곳에서 반듯하지 못할 때 물꼬가 해야할 역할이 있습니다.
죽을 짓을 했거나 그런 건 아니고
다만 아이들이 있으니
혹 아이들에게 보이지 말았으면 싶은 일은 삼가야 하지요.
적어도 이곳에선 새끼일꾼 역시 샘으로서의 역할을 하니까요.
몸을 쓰는 것도 쓰는 거지만
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만큼
(형님이라는 공식 호칭이 있지만 샘이 부르기 쉽고 실질 역할도 그렇기에) 말입니다.

저녁 7시, 129계자 미리모임이 있었습니다.
듬직한 오랜 품앗이일꾼들이자 다른 곳의 교사이기도 한 선진샘과 현애샘,
여덟 번째 내리 계자를 지켜주고 있는 희중샘,
초등학생일 적 계자를 왔던 10년 넘어된 이들인
무열샘 운지샘 호열샘 기표샘, 수민샘,
계자 아이였다가 새끼일꾼이 된 소연 지윤 진주 세아,
그리고 역시 계자 아이로 시작해 인도에서 날아온 새끼일꾼 영환,
처음 새끼일꾼으로 입성한 윤지,
밥바라지자리를 자원봉사로 온 선정샘이
이곳 식구들과 함께 계자를 꾸립니다.
고춧잎과 무말랭이와 마른고추와 토란대와 무청...
지난 가을 갈무리하여 지금 잘 먹고 있는 말린 푸성귀들처럼
마치 물꼬가 그간 갈무리한 이들이다 싶지요.
어디 물꼬가 다 한 일일까 마난.
열여섯이 하는 계자 미리모임이 무슨 동문회에 다름 아닌 분위기였답니다
(새끼일꾼 둘은 아이들 오는 편에 같이 들어옵니다.).
정말 샘들이 짱짱한 계자가 되겠습니다.
이번 계자, 참말 오달지게 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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