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7.흙날. 맑음
가뭄이 깊더니 물을 얻어먹기가 어렵습니다.
어제는 온 마을에 물이 아주 끊겼지요.
혹 물이 없어 어려운 집은 없나
아이를 살펴보라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물꼬는 젊은 사람이라도 있으니,
달골도 있고 뒤란 허드렛물 쓸 우물도 있으니...
“있어?”
막 점심 밥상을 차리러 부엌에 들어섰는데
장순이가 짖고 현관에서 누가 부릅니다.
“물 없으면 갖다 먹어.”
학교 앞 몇 집 건너 사시는 할머니십니다.
“어제 아들이 영동에서 세 통이나 길어왔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물인데
그래도 쟁여두면 좋겠다 싶기도 할 걸
물 때문에 곤란할까 싶어 찾아오셨습니다.
홀로 사시며 거둔 들깨 무를
늘 그리 얻어먹고 살지요.
늦게 심고 덜 자라고 늦게 거두는 논밭살림을
그리 채워들 주십니다.
날까지 차서 이곳저곳 물이 업니다.
길어다 둔 커다란 물통물이 부엌에서조차 얼었습니다.
마을 이장님이며 제법 젊은 축의 아저씨들이
물탱크에 다녀오셨습니다.
저녁답에는 물이 나올 수 있겠다셨지요.
“한 집에 수도 하나씩만 틀도록 하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정말 물이 나오기 시작했네요,
한번에들 틀고 있어 그런지
수압이 좀 낮기는 하였습니다만.
언제 또 끊길지 모르니 집집이 채워두느라 더 그럴 테지요.
계자 때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들 가운데
‘가뭄’이라는 곡이 있었지요.
“이 가뭄 언제나 끝나~”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 쳐다봅니다.
하늘 고마운 줄 알고 사는 삶이어
산골살이가 더욱 귀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