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1.물날. 흐림

조회 수 1202 추천 수 0 2009.01.31 12:56:00

2009. 1.21.물날. 흐림


어제 같을 거라더니 날이 퍽 차졌습니다.
흐려서 더 그랬겠습니다.

방문하고 있는 용찬샘이랑 식구들이 나무를 하러 나간 학교에서
남은 부엌일이며를 막 하려는데
장순이랑 쫄랑이가 짖습니다.
새들이랑 고양이들과 놀거나 씨름하는 소리는 아니었지요.
내다보니 마을의 윤상언 할아버지입니다.
농사일 배우러 온 이가 있으니 경운기를 좀 가르쳐주십사
엊저녁에 연락했더랬지요.
열 시 반이나 오실 거라던 걸음인데
부탁 받으신 일이라고 마음 바빠
일찌감치 좇아오셨습니다.

그런데,
하이고 도대체 사는 일에 왜 이리 늘 서툴답니까.
우리 경운기가 열쇠로 시동을 거는 줄 알고 있었지요.
물론 들은 바가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내 일 아니다 하고 지나쳐왔던 겝니다.
건넨 열쇠 꾸러미를 할아버지가 다 넣어본 뒤에야
서울 간 종대샘한테 전화한 뒤에야 수동으로 켜야 하는 걸 알았지요.
그런데 이제 물이 셉니다.
그것 역시 조금씩 새는 대로 써왔던 건 줄
다시 전화하고 알았습니다.
“기름도 없네.”
경유는 또 어디에 있는 거지요?
거기다 산에 간 사람들한테는 왜 이리 연락이 안 닿는답니까?
그렇게 허둥댄 아침이었답니다.
식구가 몇 안 되는 만큼
각자가 챙겨내야 할 일도 그 만큼 많은데
번번이 게으름으로 주의력 부족으로 혹은 무엇으로
놓치는 게 이리 많습니다요.
이번 참에는 경운기 운전도 익혀둬야지 한답니다.

식구들은 계속 나무를 하고 있습니다.
큰 둥치들이야 벌써 산판한 사람들과 산 주인인 문중 사람들이 챙겨갔고
허드렛나무들만 남았습니다만
없는 사람에게야 귀하다마다요.
그런데 설 지나면 산길을 다시 덮어야 한다 하니
설 아래 최대한 주워내야 합니다.
해서 설 쇠러 오는 식구들도 죄 나무할 참이랍니다.
소명여고 여섯의 친구들이 올 겨울도 손 보탠다 연락 왔는데
설 지난 뒤라 아쉽네요.

식구들이 쌓고 있던 나무를
마을 사람 하나 지나는 길에 실어옵니다.
그찮아도 용찬샘이 경운기 운전을 한 이틀 배워
그걸 실어올 계획인데
얼마 안 되는 양이어도 일을 덜어주니 고맙습니다.
분가하는 식구네에 트럭을 주고는 자주 아쉬운데
이렇게 잇몸이 나타나줍니다.
이웃에 참 하는 일이 없건만
이웃 덕으로 이리 살아갑니다려.

물리치료실에 갔더랍니다.
옷에 가려 쉬 보이지 않는 곳에
커다란 점이 있는 이가 있었습니다.
치료를 돕던 그곳 실장이
그걸 보고 농을 건네고 있데요.
“어, 이게 뭐예요? 조직(組織)표시네. 무슨 조직이에요?”
참 지혜로운 그이입니다.
다른 이를 민망하지 않게 하는 말법에 대해 생각게 했습니다.
‘말’, 다른 이의 허물을 덮는,
나아가 다른 이를 기분좋게 하는,
더러 위로가 되는,
그런 말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늦은 시간입니다.
달골에 올랐습니다.
아이랑 용찬샘이 어제 햇발동 청소에 이어
창고동을 치우고 있습니다.
다시 사람들이 와서 쓸 땐
묵은 먼지 정도만 털면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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