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3.쇠날. 눈

조회 수 1088 추천 수 0 2009.02.01 17:41:00

2009. 1.23.쇠날. 눈


북국(北國)입니다.
날은 맵고, 눈이 내립니다.
뭐 엄청 추운 거지요.
그런데 그럴 때 학교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으면
칼날처럼 바람이 닿아 참 모질다 싶은 한 편
명징해지는 의식에 퍽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 수는 있어도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을 수는 없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이를 삶으로 인도하는
의사나 종교인들이 흔히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또 존엄성을 지키며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가끔 물꼬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대해 가만가만 생각해봅니다.
기락샘은 자주
일상 삶이 많이 불편하고 손이 가야할 곳이 너무 많다는 것에서
산골 삶이 정말 얼마나 당신의 가치를 구현하는가를 묻습니다.
그래요, 누구나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자기 생각한 대로 살겠지요.
나아가 자기가 옳다는 대로 살아들 갈 겝니다.
사실 저는 제가 옳은지 잘 모릅니다.
단지 제가 옳았으면 하고 바라지요!

사나흘 눈이 내린다하고 설 연휴가 이어지니
물리치료며 읍내 나갈 일을 오늘 해놔야지 싶습니다.
고새 쌓인 눈도 만만찮은 데다 눈 기세가 어찌나 거친지
설 쇠러 들어온 기락샘이며 식구들이 차를 끌고 나간다고 걱정들을 하였지요.
“이렇게 내릴 때에야 그리 위험하지 않으니까...”
돌아가더라도 큰 길로만 가지 하며
그대로 멀건 대낮에 다녀오면 괜찮을 거라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면소재지만 나가도 눈이 아니라 비였습니다.
마치 눈의 여왕이 사는 북쪽나라를 막 벗어나듯
그곳에는 볕이 내리고 있었지요.
눈이라고는 다녀간 흔적이 조금 길 가에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답니다.
같은 영동이어도 이리 기온차가 납니다.
저엉말 대해골짝, 찹니다요.

설 장을 먼저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한국화를 가르쳐오셨던 미죽샘이며
물꼬 주치병원처럼 들랑거리는 병원이며
두루 설인사도 전합니다,
농협의 손상무님도 뵙고.
멀고 너른 그늘들도 많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햇살 드리워 주시는 분들로 잘 살았습니다.
새해에도 아무쪼록 강건하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08
6573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07
6572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02
6571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01
6570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01
6569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00
6568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98
6567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93
6566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77
6565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76
6564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76
6563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75
6562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73
6561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73
6560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67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67
6558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65
6557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64
6556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59
6555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5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