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9.나무날. 흐림

조회 수 1314 추천 수 0 2009.02.06 15:59:00

2009. 1.29.나무날. 흐림


늦도록 뒹굽니다, 설연휴증후군이지요.
하루 이틀을 더 그래도 되겠습니다.
그게 또 직장에 매이지 않은 이 산골의 낙 하나 아닐지요.

산마을을 내려다봅니다.
아직도 눈을 덮고 있습니다.
이뉴잇들에겐 눈을 표현하던 낱말이 50여 개가 넘게 있었더라지요.
흔히 전세계의 미자본 중심화가 그러하듯
지금은 그 말들을 많이 잊었다 합니다.
우리말엔 눈을 표현하는 낱말들이 얼마나 있던가요,
가락눈 싸락눈 진눈깨비 태풍눈 함박눈...
그런데 비에 대한 말은 아주 많습니다.
역시 사시사철 비를 만나는 기후 덕일 테지요.
그 다양했던 비에 관한 낱말들을
우리는 얼마나 쓰고 있을지요.
아이가 돌아오면 같이 한 번 더듬어볼까 합니다.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려 안개비,
안개보다 조금 굵은 는개,
는개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이슬비,
알갱이가 보슬보슬 끊어지며 내리는 보슬비,
보슬비와 이슬비를 같이 이르는 가랑비,
보슬비보다 조금 굵은 부슬비,
가루처럼 포슬포슬 가루비,
가늘고 잘게 내리는 잔비,
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실비,
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싸락비.

* 일비 - 봄비. 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 와도 일을 한다는 뜻으로.
* 잠비 - 여름비. 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다는 뜻으로.
* 떡비 - 가을비. 가을걷이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뜻으로.
* 술비 - 겨울비. 농한기라 술을 마시면서 놀기 좋다는 뜻.
* 보름치 - 음력 보름 무렵에 내리는 비나 눈.
* 그믐치 - 음력 그믐께에 내리는 비나 눈.
* 찬비 - 차가운 비.
* 밤비 - 밤에 내리는 비.
* 날비 - 놋날(돗자리를 칠 때 날실로 쓰는 노끈)처럼 가늘게 비끼며 내리는 비.
* 발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 장대비 -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
* 주룩비 - 주룩주룩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
* 달구비 - 달구로 짓누르듯 거세게 내리는 비.
* 채찍비 - 굵고 세차게 내리치는 비.
*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 지나가는비 - 소나기.
*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
*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진 뒤 한동안 멎었다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 내는 비.
*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
* 누리 - 우박.
* 궂은비 - 오래 오래 오는 비.
* 악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 억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 웃비 - 비가 다 그치지는 않고, 한창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 해비 -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비.
* 꿀비 -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
* 단비 -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비.
* 목비 -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 못비 - 모를 다 낼 만큼 흡족하게 오는 비.
* 약비 -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
* 복비 - 복된 비.
*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 모다깃비 -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 우레비 - 우레가 치면서 내리는 비.
* 이른비 - 철 이르게 내리는 비.
* 늦은비 - 철 늦게 내리는 비.
* 마른비 -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
* 큰비 - 홍수를 일으킬 만큼 많이 내리는 비.
* 오란비 - 장마의 옛말.
*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리다가 개고, 또 내리다가 개곤 하는 장마.
* 비꽃 - 비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시작될 때 몇 방울 떨어지는 비.

장마를 일컫던 ‘오란비’나 홍수를 일컫던 ‘비므슬’은
이제는 아주 아니 쓰는 말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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