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31.흙날. 맑음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9.02.06 16:00:00

2009. 1.31.흙날. 맑음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천년 느티나무 선 영국사 아래 ‘여여산방(如如山房)’에서였지요.
읍내에 모여 차를 한 대만 움직여 갔지요.
그 사하촌에 양문규샘이 거처하며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마고농원의 최아선샘과 이영현샘, 산막의 정봉수샘,
새해부터 생명평화결사 위원장이 된 황대권샘,
잠시 방문객 상주의 구하샘이란 분이 같이 자리했습니다.
5년여 도법스님의 탁발순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생명평화결사는
머잖아 영광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생태마을과 아쉬람, 생명평화학교를 중심으로 꾸려갈 계획이라는 소식입니다.
새해에는 지역결사를 강화하고
순례문화를 일상화하고
실현지를 건설하며
사무국 중심의 활동들을 하련다지요.
곧 황대권샘도 영동을 떠나 영광으로 거처를 옮기실 테지요.
영동생명평화모임의 새해는 어떨지요?
생명평화결사 탁발순례가 영동을 지날 때 맺었던 연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새해에 뭘 더 하기보다
각자가 사는 삶터 이야기를 나누며
자극하고 정화하며 보내지 싶습니다.
“넘들 얘기할 것 없고 뭐 나나(나부터) 잘 살아야지 해요.”
물꼬는 올해 그러려지요.
다음 모임은 산막의 정봉수샘 댁에서 합니다.
들어오며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온 아이를 데리고 왔지요.

끌로드 를르슈의 1966년작
을 보았습니다.
한 점 한 점 그림이고
한 편 한 편 시인 영화입니다.
영화를 처음 보았던 80년대엔
여자가 사는 몽마르트르의 한 노인집에
블라디미르 울리야노프라는 러시아 하인을 두었다는 대사가
더 강하게 들어왔던 영화였습니다.
“그가 레닌인 걸 안 건 1년 후였죠.”
영화에서 여자가 말했습니다.
커다란 레닌 사진은 지금도 제 방 구석에서 웃고 있습니다.
젊은 날(물론 여전히 젊지요) 한 때 길이 되어주었던 인물이었지요.
지금도? 글쎄요...

바닷가를 따라 난 길을 저 앞에서 긴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이가
큰 개를 묶은 줄을 쥐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며 주인공 남자는
조각가 자코메어의 말을 떠올렸지요,
불이 나면 렘브란트와 고양이 중 고양이를 내보내겠다고 한.
“경이로운 일이에요. (예술이 아니라) ‘삶’을 택한 거지요.”
영화의 말미쯤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과 그 둘레를 뛰어다니는 개가 다시 나옵니다.
한껏 자유로운 개!
어쩜 그 개는 렘브렌트와 개(물론 고양이이기도 한) 중에서
살아나온 개입니다.
불이 나면 저도 고양이를 내보낼 것입니다.
그렇게 선택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사랑이겠습니다.
흐르는 노래 하나의 가사는 이러하였지요.
‘사랑은 믿음과 용기, 그림책의 푸른물감’이라고 한
그 사랑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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