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3.불날. 맑음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09.02.13 19:42:00
2009. 2. 3.불날. 맑음


겨울 계자를 다녀간 가정들을 챙기는 시간들이지요.
별 말이 오고 가는 것도 아니지만
산골에서 몇 날을 아이들이랑 보내놓고
돌아간 뒤 전화 한번 못해 미안했지요.
그런데 전화 몇 통 하고 나면 하루해가 지고
또 몇 통의 전화가 있고 나면 밤이 깊습니다.
몇 번 마당을 가로지르고 나면 반나절이 가고
복도 이 끝에서 저 끝을 몇 차례 오가면 또 나절가웃입니다.
성큼성큼 걷는 걸음처럼 시간이 그리 흘러갑니다.
후딱 넘어가는 해가 사는 산중이라 그러할까요?

쌓여있는 태운 연탄들을
이 곳 저 곳 파인 구덩이에 깨서 넣고는
읍내를 다녀옵니다.
지역 민요 하나를 불러보고 옵니다.
감는 소리가 아주 맛난 노래입니다.
아이랑 같이 갔지요.
사람도 전수하는 샘을 더해 달랑 셋이랍니다.

장을 보지 않고 갈무리한 것들을 먹으며 여러 날을 지냅니다.
실제 산골에서의 내 먹을거리 실험을 한
겨우 첫 해인 셈입니다.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는 그 일을 맡은 이들이 따로 있었고
서로 맡은 일이 바쁘니
그 내용을 구성원 모두가 잘 공유하게 되지는 않지요.
분업의 폐해쯤 되려나요.
안 해보면 모르는 거 아니겠는지요.
그러하니 이곳에서의 농사도, 채취와 갈무리도,
제게는 다 처음인 거지요.
같이 살 땐 누가 하더라도 그게 전체적으로는 우리 공동체의 내용이었지만
그 내용성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 맡은 이가 떠날 땐
그의 내용이지 이 공동체의 내용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공동체는 누가 떠나든 상관없이 그 내용이 축적되는 거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처음입니다.
그건 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레 힘에 겨울지도 모르나 그런 만큼 해볼만 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설레는 일일 수도 있는 거지요.
올해는 간장집 남새밭에 아무것도 따로 심지 않고
날아든 풀씨가 그대로 자라는 것 속에서 먹지 않는 것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야생풀 먹기를 확대할 생각이랍니다.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해보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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