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5.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38 추천 수 0 2009.02.13 19:45:00

2009. 2. 5.나무날. 맑음


봄이 왔고, 닭이 알을 낳았습니다.
네, 봄입니다.
겨우내 하나도 나오지 않던 알이
어제 오늘 하나씩 나오고 있습니다.
봄은 닭장으로 먼저 옵니다요!

마당 한켠에 오며가며 끌고 왔던 땔나무가
아무렇게나 엉켜있었습니다.
처음 운전한 경운기가 낸 사고가 있던 날의 나무도 있고
마을 뒤쪽 저수지를 다녀오며 끌고 왔던 나무도 있고
밭가에서 베어낸 나무도 있었지요.
소사아저씨가 날마다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는 그가 쥔 것은
손으로 움직이는 톱이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이라면
엔진톱 한 번에 끝났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삼촌은 그저 날마다 조금씩
잔가지는 손으로 잘라내고 굵은 것은 톱으로 잘랐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했던 그 일,
마침내 오늘 마당에 훤해졌지요.
경이로웠습니다.
나무 몇 가닥을 끌고 산을 내려오는 송씨아줌마를 몇 번 보았습니다.
정말 몇 가지 되잖은 걸
한 다발로 묶어 질질 끌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그 댁 앞에는
나뭇짐이 그 댁 아래채만큼 쌓였습니다.
경운기로 트럭으로 오가는 땔감 양으로는 몇 번 되지 않을 치지만
결국 아줌마는 그런 것 동원하지 않고도 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마다 조금씩’에 놀랐지요.
오늘 환해진 마당 또한 그러했던 것입니다.

재봉질을 좀 합니다.
크게 뭘 만들어내거나 한 건 아니고
그저 앞치마 몇 개 손보았습니다.
앞치마엔 허리에 묶는 끈처럼
등에도 열고 닫는 끈이 있지요.
아예 한 덩어리로 붙어진 것도 있지만
입고 벗기 편하게 찍찍이를 단 것들도 있습니다.
오래 썼던 앞치마들은 그 찍찍이가 흐물거려
일하는 가운데도 몇 차례나 떨어지고는 하여
그걸 또 옷핀으로 고정해서 쓰기도 하지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것 한 가지가
전체 일을 자꾸 걸리적거리게 하고는 합니다,
마치 자꾸 떨어져 신경쓰이는 앞치마 등끈처럼 말입니다.
오늘 그것들을 하나로 붙였습니다.
그런 간단한 조치가
일을 전반적으로 편하게 대하도록 한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8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48
6537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47
6536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44
6535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140
6534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39
6533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137
6532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136
6531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36
6530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134
6529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127
6528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126
6527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124
6526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123
6525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119
6524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116
6523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115
6522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114
6521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111
6520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103
6519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9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