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6.쇠날. 맑음

조회 수 1068 추천 수 0 2009.02.13 19:45:00

2009. 2. 6.쇠날. 맑음


이 산골로 때로 마음의 어려운 문제들이 날아오고는 합니다.
사는 일이 어디라고 다르고
언제라고 다를까요.
특히 사람 사이의 문제, 그 가운데도 남녀 문제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당사자들의 마음을
어지러이 헤엄치고 다닐 겝니다.
그런데 그 메일들에는 아주 오랜 관계도 있지만
만난지 얼마 안되거나 잘 아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예 미루샘과 유설샘의 주례사를 준비하자 하는데,
아무래도 먼저 처리해야할 일처럼
고뇌하는 20대를 보내고 있는 이의 글이 놓여있습니다.
결국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하여
짧은 답 하나 보내지요.
사람의 마음이 닿지 않는다 하여
그것이 꼭 자신이 형편없는 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사람 관계가 꼭 남녀로만 있더냐
서로 생의 좋은 도반이 되는 길로 있더라,
뭐 그런 이야기를 전하였습니다.

기락샘이 급히 내려왔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유설샘 미루샘 혼례식에 모두 서울 걸음 할 터이니
다시 서울로 되돌아가야지요.
제 엉성한 영상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종대샘 서울 나서기 전에 처리하자고 미루다가
급히 떠나게 된 바람에 못했던 일이지요.
주례사에 앞서 신랑각시가 살아온 날들을 보여주는
작은 영상물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례사를 조금 피해가려는 의도이기도 했고
재밌는 혼례식이 되는데 일조하고픈 까닭이기도 했으며
그 순간의 주인공들에게 지난날을 잘 담아주고픈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컴맹에 가까운 저에게
요새 사람들에게 별일도 아닌 영상물편집은
아주 험난하였다마다요.
신랑각시 사진첩을 받아놓고는 하겠네 못하겠네 하는 걸
듣다못해 기락샘이 날아온 거지요.
부모님들 혼례사진에서부터 옛 사진들을 스캔하고
다시 컴으로 옮기고 배치하고 글귀를 넣고...
객원으로 카피라이터 일을 하던 한 때가 떠오르기도 하였답니다.

강진에서 자정이 다 되어 온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이놈의 나라 총칼 들고 맞설 수도 없고...”
한 때 화염병 뒹구는 거리에서 같이 있었던 친구입니다,
동유럽이 쓰러져가는 그때
한국의 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옮겨가던 그때
사회주의어쩌구하는 대중조직에서 잠시 같이 공부하기도 했던.
북구 사민주의 국가들을 탐방하며
거긴 정말 사람이 사람이더라며 이민을 꿈꾸기도 하고,
아니면 아이들이라도 유학을 보내야겠다고도 하고,
지금 이 나라에서 삶을 헤쳐 나가는 일의 참혹함(?)에 대해
좌절이고 때로 분노이기도 한 취기의 목소리였지요.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정부가 고마운 존재가 되는 건가요,
사람들을 다시 일으키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쑥대밭이고 인걸은 간 데 없다?
옛 시절 사람들의 전화가 잦은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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