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8.해날. 맑음

조회 수 1073 추천 수 0 2009.02.24 08:54:00

2009. 2. 8.해날. 맑음


한밤에 대해리에 닿았다고
늦도록 뒹굴자던 아침이었습니다.
여독도 여독이었지만
3월부터 석 달을 머물 미선샘이랑
지낼 이야기를 나누느라 갓밝이에야 잠이 들기도 하였지요.

점심을 먹고 부엽토를 긁으러 갔습니다.
다사롭고 고솜한 까만 흙,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요?
산골 밤기운이 다녀가고
가끔 토끼가 앉았다 가고
그 자리로 낙엽 다시 쌓이고
비에 젖고 눈에 젖고
오랜 시간을 썩고 또 썩어
이제 썩은 내마저 훌훌 다 날아가고...
동쪽 개울 쪽 기슭에 가서 살살 긁어냅니다.
옛적 사람들은 덤불에 쓰레기를 버리곤 했지요.
앞마을 높은 쪽 집들의 후미진 경사 덤불지이니
옛날 예 살았을 사람들의 껍데기들이
마치 덤불들의 일부인 양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다 찌그러진 양은대야, 깨진 병, 조각난 플라스틱 통들,...
“으악!”
뱀술을 담아 먹고 뱀만 남은 빈 술병에
놀라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더랍니다.

모종포트에 쓸 것만 담아오자던 것이
일을 시작하면 또 욕심이 나지요.
“밭에도 좀 뿌리자!”
간장집 뒤란 고추밭에 뿌렸습니다.
계획은 점점 커지지요.
아, 아직 무리하게 팔을 쓸 게 아닌데
일하다 보면 어디 그러한가요,
번쩍번쩍 무거운 것도 들어야지,
낼 엄청 고생하겠다 싶으면서도 또 하고 또 합니다.

또 아쉽지요.
백합나무 아래며 밭뙈기 주변 검불들도 다 긁습니다,
입춘 들면 해야는 일이기도 한데,
어느 때고 해야할 일이기도 하니.
그리고 태웠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연기입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봄농사을 시작한 거지요.
대보름을 지나고 하루 더 뒹구는 귀신날도 지나며
비로소 봄을 여는 농사를 시작한다지요.
날이 그리 푹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14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56
6613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54
6612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53
6611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547
6610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44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25
6608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500
6607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92
6606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74
6605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71
6604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67
660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448
6602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38
6601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26
6600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2420
6599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76
6598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62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47
6596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26
6595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3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