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조회 수 1234 추천 수 0 2009.02.24 08:55:00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달골이었는데요,,
마을을 내려다보며 얘기를 나누는 마당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너무 환해져
우리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대보름입니다.
여느 집처럼 나물을 해먹고 부름을 깼더라지요.

오전엔 옷방을 정리했지요.
어쩌자고 시렁에 올려져있던 짐들까지
이불이란 이불, 방석이란 방석, 보따리란 보따리들이 다 내려졌더랍니까.
계자에서 옷이 모자랐던 이들이
저한테 맞는 옷을 찾는다고 온 옷방을 뒤적이며
헤집어놓은 옷장 안은 둘째치고라도
어째 올려져있던 짐들도 바닥에 쓰러져
비좁은 옷방 바닥을 반이나 차지하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또 다른 절반엔 벗어놓은 겨울 외투들이 산더미였답니다.
결국 다 하지도 못하고 또 하루 날 잡아야했지요.
덕분에 교무실도 치워두지요.

오후에는 달골 집 둘레를 치웠지요.
거기 쑥대머리 날리고
회양목에도 마른 덩굴 감기고
마른잎들 풀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봄을 맞을 것이나
정원이라고 환하도록 손을 댑니다.
수로도 살피지요.

입춘 지나고 며칠 전엔
거름장도 손보았습니다.
마른 낙엽들도 긁어모아 얹고
겨우내 모았던 오줌을 들이부었지요.
잘 삭혀지면 몇 달 지나지 않아도 논밭에 뿌릴 수 있을 겝니다.

이 산골 동구 밖에서 서성거리던 봄이
성큼 울타리로 걸어 들어오라고
대문 활짝 여는 봄,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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