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9.03.07 12:02:00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포도나무 가지치기 뿐 아니라 바깥 일은 통 못하겠다 싶더니
다행히 날이 바짝 개줍니다.

달골 햇발동에서 묵었지요.
아침 7시에 초등학생들은 구들장을 더 지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엊저녁처럼 창고동으로 다시 건너갑니다.
‘수행-3’이네요.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하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고.

오전에는 눈썰매를 타러갑니다,
비료포대에 짚을 채워 하나씩 끌고.
경사져 얼어붙은 마을 건너 물꼬 눈썰매장은
쌓인 눈으로 한결 훌륭한 미끄럼틀이 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혹여 튕겨져 나가기라도 할까
아래에서 울타리들이 되어 주지요.
둘씩 짝을 지어 타기도 합니다.
위쪽은 중급 코스로 속도가 여간 세지 않았고
아래쪽은 초급 코스로 그만이었다나요.

더러는 장독을 하나 하나 닦아내기도 하고
장독대에 흘러 든 마른 잎들이며를 훑어내기도 하고
겨우내 쓸 일 없던 가마솥단지도
돼지기름으로 박박 닦아냈지요.

오후엔 우리가락으로 놀았습니다.
손말도 익히고
패를 나눠 흥겨이 노래들을 불렀지요.
얼마나 신나라 소리를 질렀는지
밖에서 일하던 어른들도 따라 흥겹더라나요.

저녁버스로 부천에서 온 새끼일꾼 넷이 먼저 나가고,
기락샘이 들어오고,
진주에서 눈 길 헤치고
하창완님 문저온님 그리고 수민이와 지윤이가 닿았습니다.
창고동에서 봄을 맞이하는 춤명상을 하고
무쇠 난로에 둘러 앉아 고구마도 구워냈지요.
다음은 아이들은 잠자리로 가고
어른들 ‘말나눔’이 있었습니다.
지리산 아래 중산리 쪽에서 실어온 막걸리와
유기농 손두부가 푸지게 상에 올랐더랍니다.
서울을 떠나는 이들과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이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 깊었네요.
어머니 계신 곳과 함께 물꼬가 자신에게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든가
물꼬가 지닌 미덕(위로와 위안?)에 대해 덕담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보일러가 애를 좀 먹였지요.
한 해 한 차례쯤 일어나는 현상이 꼭 이참에 일어납니다.
간밤을 설치고 보일러를 손봤는데
다시 시원찮아 긴장하며 들락거리는 밤,
다행히 야삼경 지나고 원활해졌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31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89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85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35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383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39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45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47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41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43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28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34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21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33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57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40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52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34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25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3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