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조회 수 1206 추천 수 0 2009.03.11 06:58:00

2009. 2.24.불날. 시원찮게 맑은


이제 겨우 두해 째입니다.
장 담는 일 말입니다.
여기서도 여러 식구들이 살며 장을 담지 않은 것도 아니나
실제 ‘내’ 손으로 해보지 않으면
익숙한 일이 되기 싶잖지요.

혹 춥지는 않으실까,
어둠이 가시기 전 큰 마당을 건너 가마솥방에 서둘러 갔더니
그 시간에도 벌써 어머니 당신은 기도도 마치시고
삭혀두었던 식혜도 끓여놓으시고
아침에 먹을 것들까지 준비해두셨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그러합니다.

“해뜨기 전에 풀어두는 거다.”
일찌감치 소금도 풀어놓으셨고
잠시 꼼지락거리는 사이
메주도 그 물에 다 담가두셨지요.
“작년에 하는 것 봤으면 됐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일을 덜 시키려 하십니다,
당신이 하지 하십니다.
우리는 당신 살아생전엔 언제나 자식이며
우리 또한 우리 자식들에게 그러할 테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늘처럼 서둘러 가십니다.
집에 멕이는 짐승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둘 자식이 누웠는 것도 아니고
이젠 농장일이 있는 것도 아닌 아파트로 갓 들어가셨는데,
여전히 딸네는 남의 집입니다.

2월에 짬짬이 지역민요를 하나 배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랑 같이 부르고 다녔지요.
아이들이 대해리에 머물 때 가르쳐도 주려합니다.
오늘 전수하시던 분께 식사대접을 하였습니다,
그간 고마웠다고.
전하는 노래가 여럿이나 학기를 시작하면 짬 내기 쉽잖을 것이니
내년 2월이나 또 뵐 수 있으려나요.

아이는 읍내를 다녀와 공동체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소사아저씨를 따라 이곳저곳 검불들을 긁는 일을 하지요.
보기 좋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습니다.
이 산야와
건조했던 서울 공간에서부터 아이를 같이 키워준 함께 산 식구들에게
고마움 깊이 전합니다,
늘 하고 사는 생각이고 마음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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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24.불날. 맑음

<짜투리(*자투리) 시간>
난 맨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질까 봐 겁난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짜투리 시간을 제대로 못쓰기 때문인 것 같다.
짜투리 시간이란 사이사이에 비는 시간을 말한다. 요즘에는 짜투리 시간이 하루에 4시간(?)정도 나온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공부, 피아노, 일기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되겠다.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4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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