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7.흙날. 맑음

조회 수 1345 추천 수 0 2009.03.21 11:55:00

2009. 3. 7.흙날. 맑음


바깥 수돗가를 청소합니다.
늦가을 내내 은행껍질을 씻어내고 나면
겨울 한 계절은 쉬는 그곳입니다.
터지지 않도록 물을 잠가두고
벽면에 걸어둔 호미자루들이 겨울을 날 적
바래가는 노란 천막처럼
그 안 역시 그리 낡아가는 듯하지요,
마치 다시는 물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이.
날리던 마른 잎들이 들기도 하고
흙먼지가 날아와 앉기도 해서
때로는 을씨년스런 풍경이 되어
마음이 덩달아 신산스러움 일고는 하였더이다.
그러나 변함없이 봄이 왔고
묵은 먼지를 털고 다시 물을 틉니다.
생기가 돌지요.

소사아저씨는 대문 앞 꽃밭을 단장시켜줍니다.
마른 풀을 뽑고 흙을 골라주고 흘러내린 돌도 올려줍니다.
지난 봄엔 그것마저 손을 빼지 못해
봄날 성큼 지나고 풀 무성해서야 부랴부랴 했던 일이었습니다.
올해는 풀을 먼저 잡아보려지요.
큰 농사꾼은 풀을 미리 잡고
중농은 풀을 보고서야 잡으며
소농은 풀을 보고서도 못 잡는다던가요.
밭농사 역시 올해는 풀을 먼저 잡아가려 합니다.
아, 학교마당은 그대로 두려지요.
주로 민들레와 질경이가 많은데 다 캐서 먹을 량입니다.
사람들도 방문하면
마당에서 얘기하며 나물을 같이 캘라지요.

3월 빈들모임을 알렸습니다.
모양새를 조금씩 갖춰가는 느낌입니다.
여기 계절살이를 그대로 따라 꾸리면 되지 싶지요.
방문자들도 그날도 같이 몰아도 좋을 듯합니다.
주말마다 손님들을 치르는 것도 이 산골에선 참 큰일이지요.
꽉 짜인 틀거리대로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니
처음 오는 이도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자리겠습니다.

전주 갑니다, 낼 임실에 일찍 들어가려고.
임실의 순례자 공동체와 정읍의 건강농원을 방문하려 합니다.
쌀을 좀 찧어 싣고
우리가 지은 농사는 아니지만 통밀도 챙겼습니다.

가는 길, 아이랑 해방공간에서의 조선공산당사와
남로당과 북로당이 현재의 북한과 어떻게 맥이 흐르게 되었는가,
그 시대 맑았던 사회주의자들과
여전히 이 시대에도 사회주의에 대한 꿈을 가진 이들에 대해
재잘거렸습니다.
아이가 크고 그만큼 같이 나눌 얘기들이 넓혀지니
생의 좋은 도반이 또 하나 늘어 참 좋습니다.
헬렌켈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요.
흔히 설리반 선생의 헌신과 장애를 딛고 일어선 주인공으로
전기의 대부분을 장식하는 책을 읽어왔던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거기 시대가 묻어둔 진실들이 있지요.
헬렌켈러는 1909년 미국사회당 가입합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주의 사회운동가였지요.
제 1차 세계대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윌슨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할 때
백인들이 흑인에게 가하는 억압은 왜 외면하냐고 일침을 고하는 등
미국의 사회문제들을 비판하고 고발했던 그입니다.
여성 참정권, 사형폐지, 아동노동 인종차별 반대...
그의 활동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이지요.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세상을 똑바로 정면으로 보십시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862 2017.12. 6.물날. 아침 눈 옥영경 2018-01-11 761
1861 2017.12. 7.나무날. 눈 내리는 아침 / 예술명상 마지막 수업 옥영경 2018-01-11 782
1860 2017학년도 바깥수업 예술명상 갈무리글 옥영경 2018-01-11 816
1859 2017.12. 8.쇠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742
1858 2017.12. 9.흙날. 흐리고 눈발 / 感銘(감명)이라 옥영경 2018-01-15 739
1857 2017.12.10.해날. 잠시 다녀간 우박 옥영경 2018-01-15 795
1856 2017.12.11.달날. 눈 / 골짝을 채우는 별스런 울음 옥영경 2018-01-15 756
1855 2017.12.12.불날. 맑음 / 장순이 가다 옥영경 2018-01-15 770
1854 2017.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770
1853 2017.12.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731
1852 2017.12.15.쇠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8-01-15 741
1851 2017.12.16.흙날. 가끔 흐림 / why not! 옥영경 2018-01-15 764
1850 2017.12.17.해날. 맵긴 해도 맑은 / 연어의 날이 생각났는데 옥영경 2018-01-17 875
1849 2017.12.18.달날. 잠깐 눈발, 오랜 바람 / 아름다운 시절 옥영경 2018-01-17 820
1848 2017.12.19.불날. 아침 눈, 그리고 볕 옥영경 2018-01-17 803
1847 2017.12.20.물날. 푹하기도 하지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옥영경 2018-01-17 931
1846 2017.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8-01-17 903
1845 2017.12.22.쇠날. 맑음 / 새집에 들어온 선물이 그것만 있을까만 옥영경 2018-01-17 1002
1844 2017.12.23.흙날. 맑음 / 다녀와서도 이 일이 중심이 아니도록! 옥영경 2018-01-17 988
1843 2017.12.24.해날. 비 옥영경 2018-01-23 104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