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10.불날. 맑음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09.03.28 21:47:00

2009. 3.10.불날. 맑음


학교 마당에 서면 동남쪽으로 낙엽송 동산이 보입니다.
마을의 병풍이 되는 작은 산이지요.
온통 낙엽송이니 겨울이면 밝은 갈색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거기 오늘 보름달(보름은 내일이지만) 둥실 걸렸습니다.
나뭇가지들 사이가 훤하여
모르는 새 그 너머에 집 한 채라도 들어서서
그 댁 마당에 불 밝혔나 싶었습니다.
외지인들이 더러 별장을 산 곳곳에 짓기도 하여
모르는 사이 그런 일 하나 일어나기라도 했나 싶었던 게지요.
달이데요, 둥근 달!
한참을 마당에서 그 달 구경하였습니다.

바람결이 찹니다.
햇살 도타우나 아직 바람은 날이 서고
이런 날은 안이 더 춥고는 하지요.
아직도 봄은 집안을 성큼 들어서지 않고 있네요.

간장집 꽃밭을 정리합니다.
마른 풀들을 뽑아내고
가 쪽으로 몰린 흙도 펴줍니다.
소사아저씨가 정성스레 꽃자리들을 살펴주기도 하였지요.
거름도 넣었습니다.
마침 닭똥도 실려 왔습니다.
한 해 우리 농사를 도와줄 것들입니다.
달골에, 학교 아래, 곶감집 주변에, 학교 둘레 텃밭에
두루 양을 나눠봅니다.

아이가 읍내를 나가는 날입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어르신들과 묵향에 빠졌다가
오후에 체육관도 다녀오니
혼자 밖에서 밥을 먹지요.
아는 가게에 부탁을 해두기는 하였으나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니 좀 짠합니다.
그렇게 또 세상과 만나나갈 테지요.
조금씩 삶의 변화들이 있고
산골 소년도 그 삶을 잘 흘러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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