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18.물날. 뿌옇더니 맑아졌네

조회 수 965 추천 수 0 2009.03.29 20:36:00

2009. 3.18.물날. 뿌옇더니 맑아졌네


물꼬의 봄은 가마솥방 창문 앞
꽃밭 수선화로 먼저 온다 싶습니다.
세 송이나 벙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피었더랍니까.
개나리꽃잎처럼 여물어 뵈지 않는 하늘거리는 노오란 잎은
아직 매운 기 있는 바람에 때 이르게 오는
나비의 날개만 같습니다.
그를 통해 또 댓돌까지 들어설 용기가 난 봄이랍니다.

방아를 찧습니다.
얼마쯤의 곡식은 돈살 수 있겠다고
두어 집에서 쌀을 부탁해왔습니다.
나온 왕겨는 마저 감자밭에 뿌립니다.
올해는 좀 더 익숙해져서
수확량도 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 교수님이 강의실의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행복하냐고.
마흔의 학생 가운데 단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지요.
나이든 사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뭐가 그리 행복하세요.”
생각한 대로 살고 있으니까,
충만하게 살고 싶어 하고 그리 사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아주 훌륭한 강의를 듣고 있고
아주 유쾌한 교수를 만나고 있는 그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요.
그런 기쁨이
제가 가르치는 수업 안에서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참, 여러분들의 삶이 질이 왜 그래요?
저기 선생님은 할 일도 더 많고 더 힘들텐데...”
갓 스물이 된 앞날 창창한 젊은이들이
왜 그리 삶이 고달프냐 되물으셨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신 말씀에 다소 놀랬지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행복 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시겠어요”
아마도 저는
당신이 큰 고민 없이, 질곡 없이 살아오신 분이라
그런 것 모를 줄 알았던가 봅니다.
아, 당신이 그냥 좋은 교수님인 게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삶에 대한 이해, 인문학적 소양도 같이 갖추고 계신 거였지요.
당신의 수업에 그만 더 반해버렸더랍니다.
그런 귀한 수업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교실을 되돌아보는 날들입니다.
정녕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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