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23.달날. 꽃샘추위

조회 수 1071 추천 수 0 2009.04.08 01:14:00

2009. 3.23.달날. 꽃샘추위


아직 돌이 안 된 석현이가 여윤정님과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으니 참 좋습니다.
아이 울음을 들어본 지 오래인 산골이지요.
그가 봄입니다.
미선샘이 고추장집 옆방의 그들을 잘 바라지 해주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들입니다.

종대샘은 안동의 집 짓는 현장으로 가기 전
거름을 달골에 올려둡니다.
이웃에서 트럭을 빌려주었답니다.

'몽당계자'를 하려지요.
학기 중이라 올 수 있는 아이들이야 몇 되잖을 테지만
그렇게 소소한 시간은 그것대로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겝니다.
지난해는 한 주를 머물던 ‘대해리의 봄날’이 있었지요.
이번 학기는 주중에 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여 주말 사흘을 짬짬이 그렇게 오는 아이들을 맞으려지요.

<백서른 번째 계절자유학교>
200년 4월 몽당계자 - "나도 살구꽃잎 하나"

이 골짝에서 청딱다구리 울고
저 너머에서 쇠유리가 답하자
살구꽃 복사꽃이 화들짝 졸던 잠을 깹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훌륭한 스승인 이곳 봄날에
아이들과 깊이 만나는 자리 하나 마련합니다.
물꼬의 일상 흐름을 따라
공부하고 일하고 쉬고 놀고 명상하려지요.
여름과 겨울의 긴 계절자유학교에 견주어
짧다는 뜻에서 몽당연필처럼 몽당계자라 일컫습니다.

읍내를 나가야했지요.
점심을 먹을 짬이 없어 도시락을 챙겨나갔고,
늘 신세를 지는 친구 하나에게 저녁 한 끼를 대접했으며,
오늘부터 다시 수화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은 일이 또 겹치지지요.
한 단체의 소식지에도 급히 원고를 실어달란 연락입니다.
모든 일은 그리 한꺼번에 온다지요.

그래도 밤에는 아이랑 책 하나 읽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합니다.
요즘 주에 한 차례 점자를 배우지요.
이제야 초성 종성을 배웠습니다만
한 학기를 하고 나면 읽기는 어려워도 쓰는 일은 제법 하잖을지요.

“나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수자 선생님 말씀이, 내가 배우고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이랬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배우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그 사람들도 보는 방법이 무지 많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흰지팡이의 여행>(에이다 바셋 리치필드/사계절) 가운데서)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프란츠 요세프 후아이니크/주니어김영사)도 봅니다.
한 여자 아이가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울고 있었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데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그런데 시각 장애인이 그를 발견하고
그와 함께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아갑니다.
그는 우리가 놓친 나무 위에서 깍깍거리는 까마귀를 보고,
색깔을 보고, 어두워진 것을 느낍니다.
그래요, 우리가 ‘놓친 것’들을 그가 ‘보고’ 있었습니다.
멀쩡히 두 눈 뜨고도 우리가 보지 못하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굶주리는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넘치는 기쁨의 산과 들과 하늘을 보지 못하고...
그들도 그들 방식으로 이 봄날을 보고 있을 테지요.
행여 볼 수 없다면
볼 수 있는 내가 그 봄날을 들려줄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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