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37.쇠날. 맑음. 아직 꽃샘추위 안

조회 수 997 추천 수 0 2009.04.08 01:19:00

2009. 3.37.쇠날. 맑음. 아직 꽃샘추위 안


아이랑 서예를 같이 하시는 분이
아이에게 작품을 쓸 화선지와 연습용 화선지
그리고 채본록을 선물하셨습니다.
열심히 하니 사주신다 했습니다.
지난 달엔 한 분이
아이에게 가면서 맛난 것 사 먹으라고
돈을 쥐어주신 적도 있었지요.
그렇게 같이 아이를 키워주고들 계십니다.
정말 여러 손길들이 키워주는 아이입니다.

기락샘이랑 류옥하다랑 대전을 다녀오고 있었습니다.
“... 길을 가다가 해맑은 아이들을 보면 미안하다고 썼더라.”
한국 사회의 오늘을 통탄하는 목소리가 어디 한둘인가요.
“저들이 커서 얼마나 험한 세상을 살지,
지금 이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니까,
믿고 기댈만한 아무것도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슬프다는 거지.”
그러게요, 옛적에는 이민 가는 이들에게
그래도 우리가 같이 무엇이든 해야지 않겠냐고
바짓가랑이를 잡고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쪼록 가서 잘 살아라고 인사가 바뀌었지요.
“우리도 팍 이민 갈까?”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데 아이가 낼름 말을 받았습니다.
“아니지! 우리가 남아서 고쳐가야지!”
뭘 알고 하는 얘기인지,
늘 엄마 얘길 들어서인지,
정말 그리 생각하는지야 잘 모르겠지만
그 생각이 제 생각이라면 기특할 일이지요.

변방의 한 사범대 학생들의 모꼬지에 불려갔습니다.
모꼬지를 어떻게 꾸렸으면 좋겠는가 물어오기도 하여
판을 같이 짜주기도 했던 곳이었습니다.
두 시간 특강 아닌 특강을 하게 되었지요.
80여 명이 앉아있었습니다.
가끔 그 과를 가서 좋은 수업을 듣기도 하여
강당에 교수님들이 들어서기 전
학생들에게 하고픈 얘기부터 들려주었습니다.
이 과는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들이 좋은 교사가 될 것이므로,
왜냐하면 교육은 가르치는 대로가 아니라 보고 배우는 것이기에
그대들이 보고 배울 좋은 스승들이 있으니까,
그 복됨을 훗날에 더욱 크게 알 것이다,
그렇게 말문을 열었지요.
그리고 한 마디를 더했습니다.
교사는 아무 준비 없이 자기 몸뚱아리 하나만으로도
그걸 악기로 놀이기구로 교재로 무엇으로든 써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즐겁게 뜨겁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랬지요.

그리고 뭘 했겠는지요?
늘 물꼬에서 하는 것들이지요.
우리소리 가락 하나 하고
(류옥하다가 함께 가서 좋은 도움꾼이 되어주었답니다),
강강술래를 전 판 배우고 익히고 놀고
다음으로 대동놀이를 하였지요.
두 패로 나뉘어 죽마고우놀이며도 하고
물꼬축구로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진짜 재밌지 않냐?”
“너무 재밌지?”
학생들이 곁에 있는 이들과 나누는 얘기들이 들려왔지요.
밤 10시 좀 넘어 자리를 정리하는데
학생들이 하나 하나 다가와 고맙고 즐거웠다 인사를 건넸고
교수님들이 모두 다 문 앞까지 나와 주셨습니다.
어찌나 황송하던지요.
작년 5월 지방의 한 과에서 그들이 하는 행사를 도와준 일과
견주게 되데요.
아이가 다친 속에도 날밤을 새며,
오줌똥을 받아내야 하는 아이를 병원에 남겨두고,
멀리서 온 아홉의 아이들도 있던 그때,
어렵사리 수행했던 일에 대해
그 일의 중심이던 강사님의 인사는 극진하였으나
그 과의 교수님들의 행동은 두고두고 기가 막혔더랬습니다.
그게 그 과의 분위기였지요.
하기야 나를 둘러싼 상황이란 건 제 사정이지요,
그저 그때 서운했던 마음이 커서 그 생각이 다시 일어났네요.
어쨌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던가요.
교사다운 교사가 되리라 또 다짐하는 밤입니다.

학교에 남아있던 식구들은
마늘밭 잡초을 뽑아 닭장 안에 넣어주고
오후에는 달골 포도밭에서 포도나무 가지도 치고
마른 풀들을 정리하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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