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조회 수 1205 추천 수 0 2009.04.14 07:12:00

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지난 가을걷이 한 토란을
오늘 마지막으로 다 먹었습니다.
“때마다 더 맛있어진다!”
식구들이 아주 맛나다 합니다.
하면 늘지요.
건나물을 해먹는 일도 나아지나 봅니다.

온 마당에 민들레입니다.
곧 노란 꽃방석이 될 테지요.
“방송에서 좋다고 한 뒤로 아주 씨가 말랐어.”
우르르 몰려와 온 마을 민들레를 다 캐간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보기 어려운 민들레가 될 수 있나요,
그건 홀씨들의 힘을 잘 모르는 까닭이지요.
살구나무 아래는 다부룩다부룩 더 많이 돋았습니다.
캐서 데쳐 무쳐 먹지요.

식구들이 논의 볏짚 모으고 날랐습니다.
“어머!”
짚 아래 겨울잠을 자던 두꺼비를 보기도 했다지요.
아직 잠이 덜 깼더라나요.
봄은 구석구석 그리 더디기도 합니다.
마늘밭 채소밭에 물도 뿌렸지요.
가뭄이 깁니다.
안동 집짓는 현장에서 종대샘이 건너오기도 했네요.

형철님과 연이님의 혼례식에 가면
오랫동안 못 봤던 물꼬 식구들도 만날 수 있고
처녀 총각 눈맞을 수도 있고
소문보다 훨씬 이쁜 신부도 엿볼 수 있고
아깝다 남의 신랑 되어버렸네 아쉬워할 훤한 신랑도 구경할 수 있고
부모님의 눈물과 웃음을 보며
효자 효녀 되고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두 사람 생의 가장 뜻 깊은 자리에 동참할 수 있지요.

다사로워진 옷으로 계절을 먼저 안다나요.
가벼워진 옷으로 서울 길에 오르지요.
황연샘의 혼례입니다.
신부는 눈이 부십니다.
반가움으로 눈물 핑 돈 연이샘...
한참만에 보았지요.
이대에 강연을 가서 만났던,
대학 1,2학년이던 그때 그 친구들을 우르르 만납니다.
그리고 아리샘을 만났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만나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품앗이일꾼으로 그리고 특수교사가 된 뒤론 물꼬살림을 보태며
그런 중에도 학급 아이들과 함께 계자에 참여해온.
수년 만인 듯하지만 두어 해 보지 못했던가요.
그는 여전히 물꼬를 말할 때 ‘우리가’ 혹은 ’‘식구’라고 합니다.
홍대거리를 걷고 차를 마시고 다시 걸으며
숱한 이야기들 나누었지요.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날들이 좋습니다.

어쩌다 걸음 한 서울에서
목동에서 선배를 우연히 만나고,
악기상에서 최근 강연을 갔던 한 사대 여학생을 만나고,
멀리 사는 벗이며 논두렁이고 아이의 학부모인
김수진님의 초대도 받았지요.
연들이 고맙습니다.
아, 귀도 뚫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 생전 아니 하고 살겠다 했더니,
하니 또 아무것도 아닙디다.
그래요, 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순환에 도움이 된다더니 그런 듯도 하고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4956 2019. 7.17.물날. 흐림 / 뭐, 또 벌에 쏘이다 옥영경 2019-08-17 497
4955 2019. 7.16.불날. 반짝 해 옥영경 2019-08-17 482
4954 2019. 7.15.달날. 억수비 한 시간 다녀간 옥영경 2019-08-17 508
4953 2019. 7.11~14.나무날~해날. 비 내리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 삿포로를 다녀오다 옥영경 2019-08-17 505
4952 2019. 7.10.물날. 비, 여러 날 변죽만 울리더니 옥영경 2019-08-17 477
4951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461
4950 2019. 7. 8.달날. 맑음 / 올해 두 번째로 나올 책의 원고 교정 중 옥영경 2019-08-17 522
4949 2019. 7. 7.해날. 가끔 구름 덮이는 / 우리 생의 환희이면서 동시에 생인손, 아이들 옥영경 2019-08-17 521
4948 2019. 7. 6.흙날. 가끔 해를 가리는 먹구름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나무심는사람, 2003) 옥영경 2019-08-16 526
4947 2019. 7. 5.쇠날. 맑음 / 올 여름 첫 미리내 옥영경 2019-08-16 517
4946 2019. 7. 4.나무날. 맑음, 날씨 좀 보라지! / 제도학교의 물꼬 나들이 옥영경 2019-08-14 572
4945 2019. 7. 3.물날. 맑되 잠깐 구름 /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나쓰카리 이쿠코/공명) 옥영경 2019-08-14 561
4944 2019. 7. 2.불날. 맑음 / 날마다의 삶 속에 만나는 기적 옥영경 2019-08-14 545
4943 2019. 7. 1.달날. 아주 잠깐 빗방울 두엇 / 풀매기 원정 옥영경 2019-08-14 587
4942 2019. 6.30.해날. 오후 갬 /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옥영경 2019-08-14 456
4941 2019. 6.29.흙날. 비 / 칼국수를 노래함 옥영경 2019-08-14 565
4940 2019. 6.28.쇠날. 저녁 비 / 원석연과 이생진 옥영경 2019-08-14 568
4939 2019. 6.27.나무날. 흐리다 맑음 / 호박잎 꽃다발 옥영경 2019-08-14 600
4938 2019. 6.26.물날. 흐리고 비 / 물꼬 해우소는 더럽다? 옥영경 2019-08-13 565
4937 2019. 6.25.불날. 맑음 /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2019) 옥영경 2019-08-13 6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