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조회 수 1256 추천 수 0 2009.04.14 07:12:00

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지난 가을걷이 한 토란을
오늘 마지막으로 다 먹었습니다.
“때마다 더 맛있어진다!”
식구들이 아주 맛나다 합니다.
하면 늘지요.
건나물을 해먹는 일도 나아지나 봅니다.

온 마당에 민들레입니다.
곧 노란 꽃방석이 될 테지요.
“방송에서 좋다고 한 뒤로 아주 씨가 말랐어.”
우르르 몰려와 온 마을 민들레를 다 캐간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보기 어려운 민들레가 될 수 있나요,
그건 홀씨들의 힘을 잘 모르는 까닭이지요.
살구나무 아래는 다부룩다부룩 더 많이 돋았습니다.
캐서 데쳐 무쳐 먹지요.

식구들이 논의 볏짚 모으고 날랐습니다.
“어머!”
짚 아래 겨울잠을 자던 두꺼비를 보기도 했다지요.
아직 잠이 덜 깼더라나요.
봄은 구석구석 그리 더디기도 합니다.
마늘밭 채소밭에 물도 뿌렸지요.
가뭄이 깁니다.
안동 집짓는 현장에서 종대샘이 건너오기도 했네요.

형철님과 연이님의 혼례식에 가면
오랫동안 못 봤던 물꼬 식구들도 만날 수 있고
처녀 총각 눈맞을 수도 있고
소문보다 훨씬 이쁜 신부도 엿볼 수 있고
아깝다 남의 신랑 되어버렸네 아쉬워할 훤한 신랑도 구경할 수 있고
부모님의 눈물과 웃음을 보며
효자 효녀 되고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무엇보다 두 사람 생의 가장 뜻 깊은 자리에 동참할 수 있지요.

다사로워진 옷으로 계절을 먼저 안다나요.
가벼워진 옷으로 서울 길에 오르지요.
황연샘의 혼례입니다.
신부는 눈이 부십니다.
반가움으로 눈물 핑 돈 연이샘...
한참만에 보았지요.
이대에 강연을 가서 만났던,
대학 1,2학년이던 그때 그 친구들을 우르르 만납니다.
그리고 아리샘을 만났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만나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품앗이일꾼으로 그리고 특수교사가 된 뒤론 물꼬살림을 보태며
그런 중에도 학급 아이들과 함께 계자에 참여해온.
수년 만인 듯하지만 두어 해 보지 못했던가요.
그는 여전히 물꼬를 말할 때 ‘우리가’ 혹은 ’‘식구’라고 합니다.
홍대거리를 걷고 차를 마시고 다시 걸으며
숱한 이야기들 나누었지요.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날들이 좋습니다.

어쩌다 걸음 한 서울에서
목동에서 선배를 우연히 만나고,
악기상에서 최근 강연을 갔던 한 사대 여학생을 만나고,
멀리 사는 벗이며 논두렁이고 아이의 학부모인
김수진님의 초대도 받았지요.
연들이 고맙습니다.
아, 귀도 뚫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 생전 아니 하고 살겠다 했더니,
하니 또 아무것도 아닙디다.
그래요, 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순환에 도움이 된다더니 그런 듯도 하고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74 169계자 사흗날, 2022. 1.11.불날. 눈발 흩날리는 아침 /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1] 옥영경 2022-01-15 663
4973 2014.12.20.흙날. 맑음 옥영경 2014-12-31 664
4972 2019. 5.16.나무날. 맑음 / 버들치 마을 옥영경 2019-07-19 665
4971 2015. 9.20.해날. 시원하게 맑지는 않으나 옥영경 2015-10-16 667
4970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667
4969 2015. 9.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5-10-07 668
4968 2019 여름 청소년 계자(2019.7.20~21) 갈무리글 옥영경 2019-08-17 668
4967 산마을 책방➀ 닫는 날, 2019. 8.18.해날. 맑음 옥영경 2019-09-23 668
4966 2014. 5. 6.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69
4965 2014. 5. 9.쇠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69
4964 2015. 2. 7~8.흙~해날. 맑음, 이튿날 바람 몹시 거셌던 옥영경 2015-03-10 669
4963 2015. 4. 5.해날. 부슬비 옥영경 2015-04-29 669
4962 2015. 5. 5.불날. 맑음 옥영경 2015-06-10 669
4961 2015. 5.11.달날. 흐릿한 하늘, 저녁, 먼 태풍, 그리고 비 옥영경 2015-06-25 669
4960 2013.10.15.불날. 흐리고 비 좀 옥영경 2013-11-06 670
4959 2014. 1.25.흙날. 비 옥영경 2014-02-18 670
4958 2014.10.18.흙날. 흐림 옥영경 2014-10-31 670
4957 2015. 4.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5-30 670
4956 2015. 8.25.불날. 비 옥영경 2015-09-16 670
4955 2014. 9.16.불날. 맑음 옥영경 2014-10-15 67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