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7.불날. 맑음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09.04.14 07:13:00

2009. 4. 7.불날. 맑음


영동 읍내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병원입니다.
아이가 입원을 했고 바라지 중입니다.
창밖은 참 고운 봄빛입니다.
어쩌다 감기라도 찾아들면
한 이틀 누웠다가 거뜬히 일어나던 아이는
예년과 다른 강도의 통증에 기진맥진 하고 있습니다.
고열과 부어오른 임파선, 부어터진 입술, 온통 헌 입안,
그리고 아무 움직임도 못하겠는 힘없음의 원인을
아직 못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먹을 수 있어 기운이 도니
홀로 병상을 잘 지켜주어
바깥일을 하러 나다닙니다.
밤새 옆 침대 꼬마 아이가 앓아 너나없이 잠을 설쳤지요.
“병원이 병을 키우겠다...”
툴툴거리는 것도 저가 좀 살만하니 그러겠습니다.

저녁식사 약속을 했던 어르신이
식구 하나가 입원해서 바라지를 하고 있다 하니
데워먹는 밥이며 필요한 것들을 실어다주셨습니다.
약속 장소로 오시는 편에
병원살이에 필요한 것을 부탁드리기도 하였지요.
‘물꼬를 살아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해리에서도 봄날은 여전하다지요.
개나리 가지 꺾어 울타리를 늘리고
학교 마당 꽃밭에 풀을 매고
논밭을 두루 돌았답니다.
안동 집 짓는 현장으로 돌아간 목수샘은
거기서 또 다른 목수를 만났는데
한 때 이름난 공동체를 주도했던 이더라나요.
그 안에 학교도 있었더랬지요.
한 교수가 꿈꾸는 학교와 공동체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언젠가 가겠다는 그 교수 앞에 달려가
내가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겠으니 당신은 천천히 오라며 짐싸고 갔던 친구,
지금은 그곳을 나와 또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 건 아니라지요.
참 이래저래 좁은 동네입니다.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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