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8.물날. 여름 같은 봄 하루

조회 수 1276 추천 수 0 2009.04.14 07:14:00

2009. 4. 8.물날. 여름 같은 봄 하루


지방의 한 대학에 와 있는 미국인 친구가
좀 더 큰 도시의 대학으로 옮겨갈 준비를 합니다.
한국의 신문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던 중
도움을 청해 왔지요.
그의 한국말이 짧은 것 마냥 제 영어 역시 짧아
제대로 된 문장으로 쓰기를 하기는 어려우나
서로 머리 맞대고 말을 맞추며 하니 문장이 꼴이 좀 되어갔습니다.
그가 밥을 사주었지요.
아이가 병원을 지키고
이렇게 간간이 나와서 볼 일을 보고 다닙니다.
아이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씩씩하게 잘 있네요.

대해리를 나와 있어도 나와 있는 대로 학교 일을 하지요.
새삼 휴대전화가 있는 건 퍽 다행입니다.
꽤 오랫동안 없이 살았는데
학교를 나와 있는 일이 는 두어 해 전
선배가 챙겨 보내주었던 것입니다.
연합뉴스며 조선일보며 국민일보 등에
물꼬 몽당계자 소식이 실렸다네요.
몇 통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할머니 한 분은 인상 깊었지요.
보은에서 아들 부부가
다섯 살 박이 아이 데리고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있는데
그 골짝 아무도 없어 이웃에서 서로 살면 얼마나 좋겠냐고,
이런 소식만 들리면 연락하고 찾아가 본다셨지요,
홀로 심심해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당신이 그리 나서본다셨지요.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제 뜻대로 사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할미 눈에 손자가 그저 안쓰럽다셨습니다.
아들네 가는 걸음에 한 번 오마셨네요.
상촌농협에 설탕 주문도 넣습니다.
올해는 효소를 좀 많이 담아보려지요.

볕이 좋습니다.
병원 옥상에 빨래를 넙니다.
“입원하신지 오래 되나 봐요?”
“아니요. 울엄마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대처를 잘해요.”
일곱 개 나라를 떠돌던 3년의 시간,
네 살이던 아이랑 떠났던 짧지 않았던 여행은
언제든 유목적 삶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병원에 있는 우리에게
이웃 침대, 혹은 병실사람들이 아쉬운 게 있어 찾아오면
거개 다 우리가 갖추고 있습니다.
준비 없이 온 이들과 잘 나눠 쓰지요.
아이는 내일 퇴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몽당계자를 하러 어차피 대해리로 들어가야 하니
더도 있을 형편이 못되었지요.
저녁에는 벗이 하나 찾아와
가까이서 얼굴도 잘 못보고 살다
덕분에 가벼이 얘기도 나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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