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9.나무날. 때 모르고 찾아든 여름 같은

조회 수 1146 추천 수 0 2009.04.14 07:14:00

2009. 4. 9.나무날. 때 모르고 찾아든 여름 같은


봄 낮,
정신없이 좇아다니다 잠시 풀밭에 퍼져 앉았습니다.
거기 꽃마리가 냉이가 꽃다지가 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어떻게 날들이 가도
봄 오고 꽃 핍니다.

아이는 퇴원을 했습니다.
원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감염수치는 떨어졌으니
우선은 병원을 나가도 되겠다는 의견이었지요.
다행입니다,
몽당계자를 가뿐히 시작할 수 있어.
엊저녁 한 침대로 할머니가 아이랑 들어왔지요.
잠시 다니러온 병원 길이어서 준비 없이 하룻밤을 보낸 그들입니다.
한 어르신이 실어다주신 햇반이며 두유며 요걸트며 수건들이며
잘 나눠썼고, 잘 나눠 드리고 나섰습니다.
당신은 벌여놓은 우리 짐을
한 곳으로 잘 정리하고 엮어주셨지요.
고마운 서로입니다.

병원 나흘,
잠을 설쳤고 몸이 좀 늘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병실 안에서 바라지만 한 것도 아니고
오며 가며 바깥 일들을 같이 보았지요.
내일부터 몽당계자, 장을 봅니다.
아무래도 입이 늘면 대해리서 나는 것들로는 택도 없어
이렇게 들여와야 되는 것도 적잖지요.
하나로마트의 백산님이 또 한 차 실어주셨습니다,
모다 요긴하다마다요.
그리 마음 쓰기가 어디 쉬울라구요,
그건 '있기'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몽당계자 오는 부모님들께 전화 넣고
며칠 만에 들어온 교무실 일들 좀 처리하고
열한 시 넘어 달골 오릅니다.
붕 떠서 걸어가는 것만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지요.
그래도 청소를 한바탕 합니다.
아이들이 묵을 거니까요.
같이 와서 아이들 맞을 채비를 하려던 이가
그만 일이 생겨 내일 손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오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 더 답답할 겝니다.
서운해지려는 마음은 아마도 고단함 때문이었을 테지요.
‘즐거운 체념’!
다른 이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방법을 알고 있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할 수 없는 체념이 아니라
어찌 할 수 없을 때 즐거운 체념을 하고 나면
마음도 한결 가볍지요.
가만가만 꼼지락 꼼지락 야삼경 넘도록 쓸고 닦고
이번에 할 춤명상을 잠시 연습하고 잠자리로 갑니다.

아, 이번 몽당계자의 하루는
KBS 청주 ‘지금 충북은’(오후 5:40~6:00)이란 프로그램에서
다녀갑니다.
그리 무거운 프로그램도 아니니 일정에 걸릴 것 없겠다 싶었고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도 재미난 이야깃거리겠다고
가벼이 오라 하였습니다.

살구꽃 속절없이 지고 있는 대해리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316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328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339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29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320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324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16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403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72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68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15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332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18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40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315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316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332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314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328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6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