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몽당계자(130 계자) 이튿날, 2009. 4.11.흙날. 맑음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09.04.19 16:57:00

4월 몽당계자(130 계자) 이튿날, 2009. 4.11.흙날. 맑음


달골 창고동에서 해건지기를 합니다, 아침수련이지요.
일찍부터 일어나 재잘대더니
그래도 명상수련이라고 진지하게 몸을 깨우고 있습니다.
달골을 내려오는 동안
배고프다는 소리를 달고 달았지요.
푸진 밥상 앞으로 와락 달겨듭니다.
“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원준이,
“그러니까 아토피를 앓는 게야.”
핀잔 소리에도 좋아한다는 누룽지며 계란찜이며 아주 신이 났습니다.
“빵도 먹을래?”
그것까지 먹는다지요.
“원준아, 내가 꼭 니네 엄마한테 전화해주께,
애 굶기지 말고 좀 멕이라고.”
치즈도 꺼내주지요.
영동 하나로마트 손영현님이 상자째 보내주신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때마다 설거지를 합니다.
언제 저들끼리 정하기라도 해두었는지
이번 끼니는 누가 하냐 물으면
꼭 둘씩 손을 듭니다.
왔던 아이들이라 더 잘 누리고
왔던 아이들이라 더 잘 꾸려가는 계자입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발야구를 합니다.
어제 들어오면서부터 하더니
그게 이번 계자의 특징적인 풍경 하나 되고 있네요.
오랫동안 해왔던 그 많은 계자가 선명한 까닭이
이렇게 그 계자로 대표되는 놀이 혹은 장면이 함께 하기 때문이지요.

‘풀이랑’.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나물을 캐러갑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학교 마당이 그리고 둘레가 다 봄나물밭이지요.
원추리를 캐고 냉이를 캐고
민들레를 캐고 쑥도 뜯었습니다.
멀리 참꽃을 따오기도 하고
학교 동쪽 뒤란 개울 건너 언덕에서
돌나물을 만나기도 했지요.
그러는 사이 손님들이 왔습니다.
청주 KBS '지금 충북은'에서 온 이들이지요.
PD와 리포터랍니다.
아이들 사이를 누비며 우리들의 하루를 담는다 하였지요.
뜯은 나물들로 보글보글방이 이어졌습니다.
패를 나누어 진달래화전에, 민들레부침개,
원추리무침, 쑥국, 쑥버무리...
그것으로 물론 점심밥상을 차렸다마다요.

오후에는 우리가락 우리소리를 했지요.
설계리 농요를 배우고 우리가락을 쳤습니다.
늘처럼 우리끼리 작은 공연도 하였지요.
다음은 ‘흙이랑’.
마늘밭 옆 짜투리 땅을 일구어
둑을 만들고 대파와 시금치 씨를 뿌렸습니다.
그거 먹으러들 또 온다는 아이들이지요.

여름 같은 한낮이었습니다.
공부하고 일했던 아이들 물로 달려갑니다.
마을 앞 계곡으로 가서 물놀이가 이어졌고
그 사이 다슬기도 잡아 올렸습니다.
어제 것과 더해 내일 올갱이국을 낼 거지요.
그 길로 달골 올라 춤명상을 하고 내려옵니다.
봄, 이 절기를 춤으로 담았더랬지요.

느린 저녁을 먹습니다.
정기계자가 아닌 소규모 계자라 소원대로 고기를 올리지요.
민들레잎으로 쌈을 싸서 먹습니다.
처음 먹는다는 어른들도 있지요.
머위무침도 상에 올랐습니다.
종일 봄이 오른 밥상 앞에들 앉았던 거지요.

밤, 달골 창고동,
난로에 장작불 피우고 고구마를 구웠지요.
세 해를 묵힌 김치도 꺼내오고
앵두효소도 꺼내와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불가에서 놀았지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놀이도 하였습니다.
시간 성큼이었지요.
오늘 밤도 달 휘영청 떠올랐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성균관대에서 온 용흘샘이 요청한 인터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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