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빈들 닫는 날 / 2009. 4.26.해날. 는개비 멎고

조회 수 1309 추천 수 0 2009.05.10 23:43:00
4월 빈들 닫는 날 / 2009. 4.26.해날. 는개비 멎고


절명상으로 아침을 엽니다.
설명이 필요치 않은 명상법이지요.
아이들도 같이 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풀을 뽑으러 나갔습니다.
마당에서 캐서 먹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들 자라면 아무래도 뱀이 드나들기 수월하겠어서
좀 뽑아내기도 하려지요.
“잘 못한 것도 없는데 왜 뽑아요?”
윤찬이입니다.
그러게요.
하지만 불편해서 그러지요.
“지 쓰임이 또한 그거로 태어났기 때문이야.
세상에는 다 제 쓰임이 있거든, 너처럼.”.
아이들이 그 풀들 닭장으로 넣어주었습니다.

밖에서 돌아온 여자들은
김밥을 말았습니다.
주먹밥도 뭉쳤지요.
그 사이 남자들은 장독대에 모였네요.
독들 사이 날아든 마른 잎도 긁어내고
숙제 같던 감식초도 걸렀습니다.
마침 소금물에 담가두었던 메주도
더 미루지 않게 으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 오늘 해야지 하던 일인데
날 궂어 미루나 싶더니
고마운 하늘이지요.
된장독 열라네요.
“체험비 얼마 내요?”
우리는 그저 일 도와주어 고마울 판인데
어데 가서 이런 거 체험하며 돈 내는 거라고
아버지들이 한마디씩 흥을 돋우었네요.

갈무리 글 쓴 사람들이 빠져나갑니다.
가져왔던 먹을거리들을 담았던 통에
도시락과 우엉조림과 머위무침 그리고 버섯들을 담아갔습니다.
“효소는 안 파나요?”
맛 본 포도효소 매실효소를
한 통씩 사가기도 하였지요.
“이렇게 다 퍼주면 물꼬는 뭘로 살아요?”
다녀가는 이들이 늘 하는 걱정입니다.
잘 먹고 간다는 인사이겠지요.

일정에 끌려가지 않고 시간과 시간 사이의 여유가 좋았다 했고
정말 잘 먹어서 즐거웠다 했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흥겨웠다 했고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허용이 감사하다고들 했습니다.
일상의 명상은 더 더욱 좋았다고도 하셨네요.
따로 품앗이일꾼을 부른 일정이 아니었는데
김호성님이 그 역할을 나무랄 데 없이 해주어
진행하기에 퍽이나 수월하였더랍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길을 나서던 기랑이네,
윗마을을 돌아본다데요.
“그럼 점심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그렇게 남았습니다.
그때 차 트렁크에서 나온 것들,
나눠 먹자는 마음이 커서 마트에서 샀다는 것들,
그런데 예 와서야
여기서 꺼내 같이 먹을 것들은 아니란 생각에 미쳤더라나요.
“뭐나 사람들 다 먹고 사는 것들인데 여기라고 어디 중뿔날까,
다만 굳이 사서 먹지는 않지만 있는 걸 안 먹지는 않아요.”
외려 덕분에 과자류를 먹어 신났더랬네요.
“쉬셔야 되는데...”
그러면서 미적거리던 걸음,
날 저무니 또 묵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좋은 이웃들이 돼 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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