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27.달날. 날 차다

조회 수 1263 추천 수 0 2009.05.12 06:30:00

2009. 4.27.달날. 날 차다


비 오고 나더니 날이 차졌습니다,
맑기는 하나.

빈들모임을 마치고 하룻밤을 더 묵은 기랑이네가
떠나기 전 잠시 차 한 잔 나누는데,
서로 보시하자고들 했지요,
좋은 이웃으로 물꼬가 줄 수 있는 것도 나누고
기랑이네가 줄 수 있는 것도 나누고.
“언제 짬 내서 농기계집 좀 올려주시지요?”
있었던 농기계집이 뒤란 흙집 해우소를 만들며
당장 써야만 했던 재료로 허물어야 했더랬는데,
해체해놓고 이적지 올리지 못한 집이 되었지요.
남도의 집안 어르신들이 오셔서
비 맞고 선 관리기며 경운기며 트랙터보시고
당신들 쓰시던 것들이라 더 속상해라셨더이다.
봄 오면 땅 풀린 뒤 하자던 것인데
여태 미뤄지고 있던 일이었지요.

그런데 읍내 나가 있을 적 미선샘의 연락이 있었지요.
기랑이네가 더 머물게 되었답니다.
가면 이사 문제로 당분간 정신없을 터인데
또 언제 와서 그걸 할까 싶다고
온 걸음에 하고 가면 좋겠다 아예 짐을 다시 풀었다나요.
그림을 그리고 연장을 챙기고 있다지요.
연장 하나 제대로 돼 있는 게 없습니다.
대장장이 집에 연장 없다더니
목수 있는 집에 나무 없는 격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일터에서 지겹도록 보고 나면
어디 집에 와서 그 연장 쳐다나 보고프겠는지요.
그나마 있는 연장들도 목수샘이 집 지으러 가 있으니
더욱 자리를 비웠을 겝니다.
필요한 재료를 아주 없는 것만 사들이기로 하고,
그래서 장도 멀리 갈 것 없이 임산 나가 지붕재료만 샀다 합니다.
그리고는 마당 한켠 쌓였던 것들을 치워내고
수평 고르니 날 저물었다지요.
그 사이 소사아저씨는 포도밭 볏짚도 깔고
비어있는 뒤주에 쌀 찧어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드디어 달골 등기를 마쳤습니다.
오랜 시간이었고,
몇 차례나 다시 가고 갔던 일입니다.
법무사에게 맡기면 금방일 것이었으나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 되는 서류를 손으로 그리는 일도 있었는데
그게 등기계와 법무사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일 테지요.
세상이 그리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걸 제 손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그렇게 쓰기 아까운 낱말이지만) 작업인지,
그러나 해보면 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란 걸 알게 되지요.
종대샘이 내내 애써주었고
그 마무리 두어 가지를 한 뒤 비로소 마지막 작업을 끝냈답니다.

밤,
잠시 시간을 내 따르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났습니다.
엄살을 좀 부려보지요.
사실 사는 게 그리 힘에 겹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게 비비는 언덕을 통해 마음결을 고르는 게지요.
어르신은 잊지않고
물꼬에 없는 먹을거리를 한 상자 실어주셨습니다.
늘 고마운 당신들이십니다.

아이가 계속 몸이 가볍지 않습니다.
미열이 이어지고 피곤이 가시지 않으며
다리는 절뚝거리고 다니지요.
십년을 키우는 동안 크게 아픈 일 없어
애 키우며 아픈 일 없으니 일 덜더라 고마워하였는데,
그동안 너무 편안했음을 작년에 한 사고로 경고케 하더니
올 봄도 그냥 넘어가지 않네요.
통증이 심한지 저도 아무래도 병원을 다시 가봐야겄다데요.
갑니다.
의사는 지난 번과 같이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 할 것을 권합니다.
쇠날 서울로 가기로 하였지요.
산골 가서 사니 아플 때가 젤 일이더라,
먼저 귀농했던 선배들이 자주 했던 말이더니...
아, 간호사가 류옥하다 선수에게 그랬습니다.
“너, 어제 텔레비전에 나왔더라...”
지난 번 청주 KBS '지금 충북은'의 재방영쯤 되었겠습니다.
재밌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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