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29.물날. 맑음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09.05.12 06:32:00

2009. 4.29.물날. 맑음


여유 있는 오전입니다.
고추밭 닭똥도 뿌리고
효소를 내고 밥상을 차리고
아이와 공부도 같이 합니다.
교무실 일도 좀 챙겨보지요.
내다보니 기랑이네 식구들이 올리는 농기계집이
지붕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읍내를 나가지 않는 날인데
버스 타고 좀 다녀와야겄답니다.
체육관에서 승급심사라는 걸 하는데
꼭 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참 의욕 많은 아이입니다.
산골에서 별반 누가 챙겨주지 못해도
그렇게 자신을 잘 밀고 가고 있습니다.

해질 녘 작은 못가에 잠시 앉았습니다.
기타를 칠 일이 있었지요.
누가 들으면 제법 치는 줄 알라,
말 그대로 그냥 칠 일이 있었습니다.
잠시 기다리던 시간이었지요.
물고기들 뛰어오르고 있데요, 많이도 뛰어오르데요.
아, 오랫동안 낚시하러 가지 못했습니다.
봄가을로 아이들과 갔는데,
식구들도 우르르 같이 갔는데,
물가에서 밤새 노래도 부르고 먹을 것들도 굽고 끓이고
별도 새고 달빛 아래도 거닐었는데...
곧 날 받아야겄네요.

저는 오늘 ‘괜찮습니다’ 라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말과 동일하게 쓰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뭐 이전이라고 아주 모르지야 않았겠지만,
괜찮습니다, 하고 점잖게 말하고는 마음 안에 가시가 있다가
그게 음지에서 물먹고 거대한 나무로 자라
온 몸을 가르며 나타나기도 한다는 걸.
“괜찮습니다!”
그리 말을 해놓고
사실 저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고, 퍽이나 서운하였으며,
갖가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서운함이 확장되고
마음이 내내 퉁퉁거렸지요.
때로 말은 그 말이 지닌 의미가 아니기도 합디다.
상대가 하는 말을
그 말만으로가 아니라 그 말 너머의 마음이 어떤 것일까
잘 헤아릴 줄도 알아야겠다 싶데요.
아이들에겐 온 몸으로 익혀진 일이
어른과의 관계에선 늘 아니 되는 게 어디 한 두가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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